[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 '한우,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9일 aT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정부가 가격 폭락 위기가 제기되고 있는 한우 수급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우가격의 폭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수급조절에 나서야 할 정부가 농가들의 자율 수급조절에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우수급조절협의회가 9일 개최한 ‘한우, 안정적 수급 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 후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우 수급관리 전문가 토론회
농가 중심 비판 목소리 거세

사육두수 2년간 지속 증가
도축두수도 급등할 전망
대규모 사육농가 중심
송아지 입식 신중해야 조언 

정부, 수급조절 대책 안내고
미경산우 비육지원도 ‘보류’
송아지생산안정제 발동 기준
개편 주장도 여전히 반영 안돼


▲전문가들, 한우가격 폭락 우려와 신중한 입식 조언=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우 사육두수는 2020년 318만7000두, 2021년 329만1000두, 2022년 334만7000두, 가임암소도 2020년 153만두, 2021년 156만9000두, 2022년 160만200두로 향후 2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도축두수도 2020년 78만~79만두, 2021년 84만두, 2022년 91만~92만두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육 및 도축두수의 증가로 한우 도매가격은 1만5000원대(경기침체 가중될 경우)까지 추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형우 팀장은 “과거에는 한우 사육두수 증가세가 7~8년차 될 경우 가격이 폭락한 경험이 있다. 현재 한우 사육두수 증가 추세가 5년차에 접어들었고 (폭락한) 그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한우 도매가격이 조정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상곤 경상대 교수는 “현재 늘어나고 있는 한우 사육두수를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호황을 지속할지, 과거처럼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지 결정될 것”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대규모 사육농가를 중심으로 송아지 입식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상곤 교수는 “20두 미만 사육가구수와 마릿수는 감소한 반면 50두 이상은 증가하는 등 규모화가 되고 있다. 규모화 된 농장에서 암소 두수를 늘리면서 사육두수가 늘고 있다”며 “규모화 된 농가들이 사육두수를 늘린다면 결국 자본이 풍부하고 규모가 큰 농가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두 미만 사육농가의 사육마릿수 비중은 1985년 91.6%에서 2020년 12.2%로 크게 줄어든 반면 100두 이상은 1.9%에서 40.1%로 급증했다.

박철진 농협경제지주 한우국장은 “50두 이상 규모화 된 농가가 선도적으로 암소를 감축하겠다고 하는 등 사육두수에 대한 자발적 조절이 필요하다”며 “농협도 생축장에 암소 9000두 정도 갖고 있는 상황으로 5% 이상 감축운동 추진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인배 동국대 교수도 “2022년 이후 도축두수는 지금 입식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지금 컨트롤 해야 한다”며 “미래의 공급 과잉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농가들의 자율적인 사육 조절에만 의존 질타=농림축산식품부가 한우농가들의 자율적인 수급조절에만 의존할 뿐 정부의 수급조절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한우농가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한우 수급조절 역할에 나서야 하지만 농가 중심의 자율적인 사육조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식품부가 5월 29일 발표한 ‘쇠고기 수급 동향 및 전망’ 보도자료를 보면 한우 사육증가에 따른 수급 및 가격 불안에 대비해 한우농가들의 암소 감축 및 입식 조절 등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조절이 이뤄지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전국한우협회가 추진 중인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며 사업 진행을 보류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우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은 지난해 자조금 예산을 투입해 8713두가 참여했고 올해도 농식품부는 사업 예산 30억원을 승인한 바 있다. 또 현실성 없는 송아지생산안정제의 발동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대 40만원을 보전해주는 송아지생산안정제는 가임암소 두수가 110만두 이상일 경우 농가들이 받을 수 없다. 3월 기준 가임암소 두수는 144만5000두다.

이날 김홍길 한우협회 회장은 “농가들도 선제적으로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며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을 자조금 사업으로 승인했던 정부가 지금은 하지 말라고 한다. 결국 오늘 간담회는 절차를 밟기 위해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철진 국장은 “한우 분야의 가장 든든한 보험인 송아지생산안정제가 발동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홍식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축산관측의 고도화와 정밀화를 통해 생산과 유통 등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이 자칫 암소값을 올리는 등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농가들이 납부한 자조금이 효과적으로 쓰여야 하는 측면이 있다. 송아지생산안정제는 합리적인 선에서 개선에 대한 협의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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