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농산업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21대 국회가 지난달 30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 국회는 177석의 안정과반을 확보한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사실상 양당제 구도다. 지난 5일 첫 본회의가 열렸지만 야당이 본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퇴장하면서 사실상 반쪽 개원이 됐다. 나름 기대를 모았던 21대 국회의 첫걸음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1대 국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에 시작됐다는 점에서 ‘일하는 국회’가 반드시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임위가 원활히 운영돼야 한다.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등 의정활동이 갖는 본연의 임무를 각 상임위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농업계가 줄곧 농해수위 구성과 위원장 선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농해수위는 국가의 기본이자 국민의 먹거리를 권장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가졌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여·야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농업·농촌·농민 문제와 현안에 대해 여·야는 물론 당리당략을 떠나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다. 20대 국회가 잘못했다는 각종 오명에도 불구하고 농해수위가 ‘입법 1위’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여·야 모두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현안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연히 21대 농해수위도 20대가 지양했던 대화와 타협을 토대로 일 잘하는 상임위로 보다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우리 농업·농촌의 상황은 참으로 매우 위중하다. 코로나19와 연관돼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난 화훼 및 친환경농산물 판매 감소는 물론 사상최악의 냉해, 마늘값 폭락, 과수 확산병 확산 등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에 있다. 여기에 농가 인구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다, 고령화율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교통, 의료, 교육, 복지 등 사회 인프라는 도시에 비해 여전히 열악하다.

21대 국회, 여·야 모두가 코로라19 시대를 맞아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민생정치에 힘을 모으겠다고 했듯이 농해수위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살려 달라’는 농민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농해수위는 타 상임위보다 현장이 더 강조된다. 농어업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농해수위는 지금이라도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제대로 대변해야한다. 그래야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안정적 식량공급, 환경과 경관보전 등의 농업·농촌의 가치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또 21대 국회 시작과 더불어 농업관련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나름 의미가 있는 법안들이지만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알짜배기 법안에도 관심을 갖고 우선적으로 이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19대에 이어 20대까지 연속 폐기된 농어업회의소법, 고향세법,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법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많은 농민단체와 농민들이 이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나름 검증과정 등을 거쳤다. 본보가 ‘21대 국회로 가야할 계류법안’시리즈를 게재한 것도 이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이 있어서다. 따라서 농업·농촌이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들을 할 이들 법안들을 이번 21대 국회 회기 중 반드시 재발의해야 할 것이다.   

예산심의는 입법과 더불어 국회의 중요한 몫이다. 20대 국회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통과시킨 국가 전체예산은 28% 증가했음에도 같은 기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은 8.9% 오르는 데 그쳤다. 이렇다보니 국가 전체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 3.7%에서 2020년에는 3.08%로 축소됐다. 21대 농해수위에서는 농업예산이 국가 전체예산의 5%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여기에 1, 2차 추경에서 농업예산이 배제됐고, 3차 추경엔 농업예산이 포함됐지만 실제 증액분이 소규모인데다 농업정책자금 금리 인하 및 상환유예 등 핵심 요구사항이 배제된 만큼 농해수위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 생산과 생태계를 보전하는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다시 제기되는 만큼 21대 농해수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진정한 대변인이 돼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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