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주변 5미터에 설치, 물흐름 막지 않아 논둑 터지는 일도 없어

[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 청주시 오창읍에서 개최된 우렁이 탈출 방지망 설치 시연회.
▲ (왼쪽)왕우렁이 탈출 방지망. (오른쪽)방지망에 산란한 왕우렁이 알.

무농약쌀이나 유기농쌀을 생산하는 농가에 필수적인 존재가 왕우렁이다. 병이나 해충은 관련 자재가 있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나 제초작업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일일이 풀을 제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왕우렁이 농법은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왕우렁이가 제초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얘기치 않은 변수가 생기면서 친환경농가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왕우렁이의 생태계 교란종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왕우렁이는 겨울에 월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왕우렁이가 월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제초목적으로 논에 방사된 우렁이가 월동을 하고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왕우렁이가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될 경우 친환경농가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대체할 만한 농법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농가가 친환경농법을 포기하거나 상당한 인건비를 들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실제로 생태계 교란종 지정 움직임에 대해 많은 농민들이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농식품부도 이 같은 의견을 환경부에 제시해 현재는 지정이 보류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농식품부는 작년 12월 왕우렁이 관리지침을 마련, 생태계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친환경농업 교육 시 왕우렁이 관리교육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했다. 또 왕우렁이 지원사업 시 농가의 수거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보조금을 회수하고 지원에서 배제키로 했다. 모내기 전후로는 용수로와 배수로에 차단 망이나 울타리를 설치하고 주변에 유실된 왕우렁이와 알은 반드시 수거토록 했다.

벼 수확 후에는 월동하지 않도록 논말리기, 녹비작물 재배, 깊이 갈이를 해야 한다. 또 월동 우려가 높은 용수로의 물은 빼고 깊은 물속 왕우렁이는 수거토록 했다.

이처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는 왕우렁이 농법을 대체할 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친환경벼 재배 농가의 90%가 왕우렁이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농가에 적합한 탈출방지망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방지망은 동선으로 제작돼 전류가 흐르게 돼 있다. 때문에 왕우렁이가 차단망을 타고 넘지 못한다. 일반 차단망은 왕우렁이나 새끼가 차단망을 타고 넘어 탈출하는 사례가 왕왕 있다.

동선 방지망은 특허제품으로 누구나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다. 물꼬 주변 5m구간에 설치하면 되는데 물흐름을 막지 않고 왕우렁이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 이미 지자체와 농가에서 이 방지망을 활용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소재 토명바이오에서 공급한다. 문의 : 1588-1041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농가사례1/청주시 오창읍 오현광 씨
“견고하고 설치도 쉬워 고령농가에 적합”

친환경벼 재배면적이 충북에서 가장 많은 청주시 오창읍. 이곳은 오래전부터 유기농쌀을 생산하면서 우렁이 농법을 활용해왔다. 오창친환경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오현광씨가 대표적인 예다.

그에 따르면 오창지역 농민들은 왕우렁이 관리를 위해 철망을 써왔다고 한다. 물꼬에 철망을 설치해 우렁이 탈출을 막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새끼나 알 상태의 작은 것들이 농수로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망이 너무 촘촘하다 보니 배수구에 설치하면 막히는 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비가 많이 오면 문제예요. 배수구가 막히면서 논둑이 터지는 겁니다. 작목반원들이 이것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선 탈출방지망은 논둑이 터질 염려가 없다고 한다. 물 흐름을 막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견고하면서 설치도 쉬워 고령농가에 적합하다고 한다. 물떼기를 할 때는 왕우렁이가 탈출방지망 주위로 몰려들어 수거도 편하다고 한다.
 

●농가사례2/청주시 친환경연합회장 이상린 씨 
“한 번 설치하면 벼농사 안심…몇 년간 계속 써”

이상린씨는 왕우렁이로 인해 친환경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올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청주시에서 무농약쌀과 유기농쌀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농가가 우렁이농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렁이 농법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친환경 벼농사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벼 농사에서 가장 힘든 게 제초작업입니다. 일반 농가에서는 제초제로 가볍게 해결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으니까 우렁이를 쓰는 거예요. 그런데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하니 관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친환경 회원들과 수 차례 회의도 하고 농정 당국에 여러 번에 걸쳐 지원 요청도 했다고 한다. 우렁이 농법을 지속하되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을 찾아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왕우렁이 탈출을 막을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한 번 설치하면 안심하고 벼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몇 년간 계속해서 쓸 수 있으니 비용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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