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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따가운 눈총보다 따뜻한 응원을

이아나 청년농부·전남 구례

농민들마저도 청년들에게만 혜택이 크다며 불만이고, 토박이들은 귀농인에게만 지원이 많다며 욕하곤 한다. 농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데, 농촌에 대한 관심이나 경험이 없어서 사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도시민들은 오죽할까 싶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요즘 농촌에는 청년들에게만 지원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귀농인 창업 교육의 한 강사가 꺼낸 이 말에 강의실은 시끌벅적 해졌다. 전라남도 곳곳에서 모인 귀농인 교육생 서른  명 중 대다수가 격렬한 동감을 표현했다. “맞아요! 왜 청년만이래요?”라고, “대농집 아들딸들도 많던데 그런 애들한테까지 지원금을 줘야 해요?”라고 성토했다.

하고픈 말이 많았는지 쏟아지는 목소리들 속에서 나처럼 멋쩍게 고개 숙인 예닐곱 명이 보였다. 아마 문제의 ‘청년’에 속하는 이들 같았다.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멩이마냥 수업을 일렁이게 만든 한 마디를 수습하려는 듯, 강사는 “청년의 나이 규정을 변경하려는 논의도 하는 것 같더라구요. 만 45세나 50세로. 좋아지겠죠!”라고 말하며 교육 내용으로 돌아갔다.

함께 교육을 들은 언니와 구례로 돌아오는 길에 이 상황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하게 됐다. 청년창업농 지원을 받고 있는 우리 둘은 청년에 대한 지원이 많아 다른 농민들의 불만이 그토록 클 줄 몰랐고, 지원을 받은 당사자로서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던 느낌을 나누며 씁쓸해 했다.

며칠 후 검색을 하다 우연히 농어민수당에 대한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전라남도가 올 4월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농어민수당에 대해 해남군 취재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조명한 기사였다. 농민의 기준이 되는 300평 정도의 땅을 구입하기 위해 600만원의 돈을 투자하면 농민수당 60만원과 여성바우처 20만원을 합해 연 8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해남의 비농업인들은 농사를 짓는다는 이유로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터트린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 기사에도 농민에게 왜 이렇게 퍼주기 하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일부의 사실을 전체인 듯 자극적으로 부풀려 쓴 기사에 화가 났다. 그와 동시에 4월 말에 농어민수당을 지역 상품권으로 받은 나는 며칠 전 교육 때와 비슷한 느낌이 몰려왔다. 그러다 궁금해졌다. 만약 청년 농업인에게만 지원이 많다고 불만을 가졌던 그 교육생들이 이 기사를 보면 어떨까? 전라남도 귀농인들이라 올해 농어민수당을 받았을 텐데 같은 지역의 비농업인들 혹은 도시민들이 이런 혜택을 받는다며 욕하는 소리엔 어떤 생각을 할까?

정부의 지원 정책에서 제외 되는 대상들은 늘 불만이 있기 나름이라며 단순하게 이 사례들을 정리해 버릴 수가 없었다. 농민이고, 청년농업인이라는 이유로 내가 과한 혜택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결벽스레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으로 이주를 결정해 구례로 오고 보니 귀농인이고, 청년이라 받을 수 있는 지원 정책들이 하나 둘 생겼다. 영농 기반과 기술이 없어서 대규모 전업농으로 살긴 힘들지만, 농사를 기반으로 농촌에서 살아가고프다. 이 희망에 3년째 도전하는데 지원책들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지원책 때문에 내가 농촌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내가 이주한 후 시행되기 시작한 정책들이기도 하다.

1000m² 이상의 농지를 가지기만 하면 연 80만원의 수입을 얻는 재테크가 가능한 곳이 농촌이라면, 왜 우리 농촌의 인구는 매 해 줄어들어 2020년 말에는 농가 수가 100만호 이하로 떨어지게 될까? 과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청년농업인은 농촌에서 부러움의 대상인데, 왜 전체 농가 중 40세 이하의 농민은 0.75% 밖에 되지 않을까? 내 친구들과 후배들은 이런 지원과 혜택을 몰라서 농촌으로 오지 않을까?

농민에게, 청년농업인에게 지원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농업과 농촌을 지탱하게 할 힘을 정부가 받쳐주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 기준, 경영주가 65세 이상인 고령 농가가 60%를 넘는 농촌이 소멸되지 않기 위해선 인구 유입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이주한 이들이 보조 없이 농지와 농기계 등의 영농 기반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에서 살고자 하는 청년은 거의 없다. 이런 일련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이 정도의 노력들이 정말 필요 없는 ‘짓’일까?

하지만 이런 사실이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 되고 일반적으로 이해되어지지 않기 때문에 농민을 위한 정책은 과한 퍼주기, 세금 낭비라고 보는 눈총이 따갑다. 농민들마저도 청년들에게만 혜택이 크다며 불만이고, 토박이들은 귀농인에게만 지원이 많다며 욕하곤 한다. 농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데, 농촌에 대한 관심이나 경험이 없어서 사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도시민들은 오죽할까 싶다.

국민의 세금으로 받는 지원금을 허투루 써선 안 될 것이다. 국가 지원을 도움 삼아 사회가 요청하는 농민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 언젠가는 농민을 위한 이런 정책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지 않을까? 농민이고, 청년농업인이라는 이유로 눈총 받기보다 좋은 몫을 해 나가고 있다며 응원 받는 분위기 속에서 농사지으며 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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