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지난달 28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 최수영 씨 마늘밭에서 트랙터로 수확을 앞둔 마늘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경기 안성 일죽면 일대
저장시설도 없고 인력 부족
코로나 등 하반기 변수 많아
재배면적 대부분 갈아 엎어


“내 평생 이곳(비주산지)에서 마늘 산지 폐기하는 걸 볼 줄이야…”

5월 28일부터 경기 안성시 일죽면 일대 마늘밭이 산지 폐기 작업에 들어갔다. 안성은 마늘 주산지가 아니지만 몇 해 전부터 쌀 대체 작목으로 마늘 재배가 급격히 늘어났다. 불과 5년 남짓 되는 기간에 일죽에서만 13만여㎡(4만여 평)에서 마늘이 재배되고 있다. 이번에 일죽면 일대에서 산지 폐기되는 마늘은 12만여㎡(3만7000~3만8000평)가량 되는 물량으로 일죽면 마늘 대부분이 산지 폐기된다.

산지 폐기 첫날, 일죽면 일대 마늘 재배를 이끄는 최영택 마늘양파작목반 회장은 갈아엎어지는 마늘밭을 보며 “뉴스에서만 봤지, 내가 마늘 산지 폐기하는 걸 볼 줄은 몰랐다. 산지 폐기는 66년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이곳은 원래 쌀이나 축산이 주산지인데, 쌀 대체작목으로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마늘을 심기 시작했다”며 “작년에 워낙 마늘 가격이 좋지 못해 올해 많은 농가가 산지 폐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전했다.

불과 일주일만 지나면 수확할 마늘을 폐기하게 된 농가 심정은 타들어 가고 있다.

마늘 농가 최수영(64) 씨는 “마늘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있다. 이번이 6번째 마늘 작기인데 지난해 가격이 너무 좋지 못해 올해 산지 폐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래는 다음 주면 수확을 해야 하는데 다 키워놓은, 그것도 작황이 좋아 품위가 올라선 마늘을 산지 폐기하게 돼 너무 착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곳 마늘 농가 대부분이 산지 폐기라는 결정을 한 건 현재 마늘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녹록지 못한 제반 현실과 앞으로의 두려움도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최 씨는 “일부에선 재고량이 없고 재배면적도 그리 늘지 않은 데다 산지 폐기도 많이 해 하반기엔 마늘 가격이 지지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그럼에도 현재 인건비 상승에 인력도 없는 데다 이곳은 비주산지로 마늘 저장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마늘을 수확, 보관할 여력이 없다. 또 코로나19 등 워낙 변수가 많아 하반기까지 마늘을 끌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으로 일죽 일대 마늘 농가들은 신속히 참깨 등으로 산지 폐기 밭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오정식 일죽농협 계장은 “참깨는 6월 말 정식해 8월 수확할 수 있는 작목으로, 현재 산지 폐기된 마늘밭에 참깨를 심도록 유도하고 있다. 엊그제 농협 육묘장에 파종했고, 6월 말 정식을 하면 된다”고 전했다. 

일죽 일대 마늘 농가들은 다른 마늘 농가들처럼 참깨 수확이 끝나는 초가을, 다시금 작목 선택을 해야 한다. 그때 마늘 농가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최영택 회장은 “그래도 올해는 정부에서 산지 폐기를 지원해주고, 일죽농협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줘 이렇게 넘어가는데 9월 마늘 파종기가 도래하면 다시 농가들이 마늘을 재배할지 아니면 다른 작목을 선택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며 “농가들이 작목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정보가 나오고 또 알렸으면 좋겠다. 너무 파종한 이후에 통계 등의 정보가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렇지 않으면 수확기인 지금보다 (21년산 파종기와 겹치는) 하반기에 마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큰데 그때 가격을 보고 다시금 마늘 재배를 늘릴 수도 있다”며 “주산지도 중요하지만 마늘의 경우 주산지 못지않게 비주산지에서 재배되는 물량도 상당하다. 비주산지에도 관심을 갖고, 대체 작목 선택의 폭도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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