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예방적 살처분 참여 농가 중심
일부 돼지 넣은 후 지켜봐야
방역조치 이행 확인도 필수

농장 내 펜스 설치 등 외부 방어
인원·물건 차단 방역 잘 하면
사육돼지까지 전파는 안 될 것

야생 멧돼지 발병률 낮추고
비발생 지역도 철저히 대비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재입식 및 이동 제한으로 피해를 본 농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예방적 살처분에 참여한 농가를 중심으로 재입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을 연구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 케어사이드의 선우선영 이사는 이 같이 강조했다.

선우선영 이사는 “지금 경기·강원 북부의 양돈장에 돼지를 재입식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야생 멧돼지의 주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는 보장도 없다.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다만, 예방적 살처분에 참여한 농가 중 충분히 방역조치가 된 농장에 일부 돼지를 넣은 후 문제없이 사육되고 있고 농가가 방역조치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조속히 재입식 기준을 마련한 후 이 같은 기준을 이행할 수 있는 농장을 중심으로 재입식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우선영 이사는 “재입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재입식 지침의 수정을 통해 개선해나가면 된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재입식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부와 농가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선우선영 이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완벽하게 박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농장 주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야생 멧돼지가 있어도 농장 내 펜스를 잘 치는 등 외부 방어를 잘한다면 1차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농장에 들어오는 사람과 물건에 대한 소독과 방역을 잘 한다면 방어할 수 있다. 설혹 농장에 바이러스가 유입돼도 돈사까지 유입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농장에서 차단 방역만 잘한다면 사육돼지까지 전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생 멧돼지 관리 등 농장 밖은 정부가, 농장 안은 농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 공동화 작업을 통해 야생 멧돼지에서 발생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률을 줄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우선영 이사는 “우거진 산림 때문에 포획하거나 포수를 활용해 야생 멧돼지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환경부가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울타리에 대한 설치 및 보수·보강 등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에서 야생 멧돼지를 보호하려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도 무한정 살지 않는 만큼 바이러스가 죽기 전에 다른 야생 멧돼지가 접촉할 수 없도록 해당 지역을 비워두는 공동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도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선우선영 이사는 “야생 멧돼지의 이동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북부지역만이 아니라 남부지역의 야생 멧돼지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만에 하나 남부지방으로 넘어갔을 때 전파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치르는 각종 비용 보다 울타리 설치비가 더 싸다. 즉, 비발생지역의 지자체도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시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선우선영 이사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 중국 여행객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산발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터졌을지 모른다. 우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지금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선우선영 이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이 나와야 해결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한국 현실에 맞는 대처법,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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