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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사각지대’ 놓인 농업인 안전 ] 임의가입·민간보험 방식 한계···사회보험 전환 서둘러야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작업 중 발생하는 사고 등으로 재해를 입은 농업인들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도입한 ‘농업인안전보험’은 산재보험과 달리 임의가입 방식인 데다 민간보험이라 여전히 가입률이 낮고 재해사고 보상이나 예방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인 재해실태와 농업인안전보험 현황,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짚었다.
 

2018년 농작업 중 손상사고
총 4만8405명으로 추정
유병자 수는 8만8696명 
여성·70대 이상일수록 심각

산재보험 가입농가 5% 불과
‘농업인안전보험’ 도입했지만
산재보상·사고예방 한계
농협생명 ‘폭리’ 질타받기도

◆농업인 재해 실태

농업은 광업, 건설업 등과 함께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다. 최근에는 농촌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농기계나 시설, 농약 등의 화학물질 사용이 늘어나면서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더 커졌다.

제한적이지만 ‘농업인안전보험’ 통계를 근거로 산재실태를 살펴보면 2016년 265명, 2017년 280명, 2018년 241명에 달하는 농업인이 농업작업 중 재해로 사망했다. 낙상과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이 70%를 넘는다. 사망만인율은 2016년 3.56명, 2017년 3.94명, 2018년 2.99명 수준. 우리나라 전체 산재 사망만인율(1.08명)의 3배, 산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고위험 직군인 건설업 종사자의 사고 사망만인율(1.72명)과 비교해도 2배나 높은 수치다.

다치거나 질병의 위험에 처하는 비율도 타 산업군보다 월등히 높다. 농촌진흥청이 해마다 수행하는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및 손상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작업을 하다 손상 사고를 당한 농업인은 총 4만8405명으로 추정된다. 업무상 손상 발생률은 2.7%로, 남성 및 60대 이상 고령자일수록 손상 발생률이 높다.

농작업과 관련한 질병으로 인해 휴업 1일 이상이 발생한 업무상 질병 유병자 수는 2018년 기준 8만8696명으로, 전체 농업인구의 4.8%가 농작업 관련 질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여성의 질병 유병률은 5.6%, 70세 이상 고령자의 질병 유병률은 7.1%까지 치솟는다.


◆산재 대신 도입한 ‘농업인안전보험’

‘농업인안전보험’은 이렇게 농작업과 관련한 재해가 빈발함에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을 위해 시행 중인 정책보험이다.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농업인은 2015년 현재 6만8697명, 전체 농업인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농업부문 의무가입대상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규모를 가진 농업법인이나 영농법인으로 제한된 탓이다.

95% 농업인들에 대한 재해보장은 ‘농업인안전보험’이 맡고 있다. 15~87세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 외에 단기 고용되는 농업근로자를 위한 ‘농작업근로자안전보험’, 대인·대물 보상이 가능한 ‘농기계종합보험’도 있다.

농업인안전보험은 1989년 농협중앙회의 ‘농작업상해공제’로 시작해 2012년 ‘농업인안전보험’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2016년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책보험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보험료의 50~70%를 지원한다. 올해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834억원으로 지난해 712억원 대비 17.2%가 증가했다.

2019년 현재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된 농업인 수는 84만5000명으로 가입률은 64.8%다. 총 보험료는 938억원으로 늘었고, 780억 원(8만9000건)이 보험금으로 지급됐다. 2016년 68.1%에 불과했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은 2017년 79.4%에서 2018년 89.3%, 97.9% 수준으로 올랐다. 수년간 50%대에 정체돼 있던 가입률이 늘어나고,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입률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

2017년 10월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현장.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로부터 NH농협생명이 ‘농업인안전보험’ 운영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은 “2012년 5.87%였던 농업인안전보험 영업이익률이 2015년 6%대로 오르더니 2016년 19.27%까지 뛰어, 같은 기간 이익금이 39억 원에서 159억 원으로 400% 이상 급증했다”면서 “말로는 농민을 위한 보험이지만 사실은 농협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농업인안전보험의 보험료 구성비율을 살펴보면 국고 지원이 49.8%, 지자체 지원 16.4%, 농협 지원 19.4%, 농업인 부담금 14.4%로 국민세금이 66.4%나 투입되는 공적보험”이라면서 즉각적인 보험료 인하와 산재 수준의 보장 확대를 요구했다.

황주홍 의원은 농식품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질타했다. 그는 “농업인안전보험 영업이익률이 농협생명 전체 영업이익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은 이 사업을 총괄하는 농식품부가 농업인안전보험 정책을 부실하게 수립했고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면서 보험료 인하 또는 환급 조치를 즉시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듬해인 2018년 2월 농식품부는 농업재해보험심의회를 개최하고 2017년 대비 농업인안전보험의 보험료를 10% 인하했다. 산재보험 수준으로 보장성이 강화된 ‘산재1, 2형’ 신상품도 출시했다. NH농협생명은 영업이익 중 일부를 자체적으로 적립해 보장이 강화된 신상품 출시 등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 요인을 흡수하는 재원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18년 11월 ‘계층별 사회보장사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농업인안전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NH농협생명의 영업이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며 수익성 위주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민간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최근 5년간(2013~2017) 122.7%인 반면, 같은기간 농업인안전보험의 평균 손해율은 83.7%로 39.0%P 낮은 수준”이라면서 “적극적인 상품 개발과 개선 노력을 통해 보장범위와 가입률을 높여 정책보험으로서 기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역할, 민간에 맡긴 것 자체가 문제”
 

80% 넘는 보험료 지원 불구
임의 가입 형식으로 참여 저조
저소득층 가입률은 더 낮아

일반 국민과 별도 체계로 운영 
독일처럼 사회보험 적용 통해
농업인 보상 제대로 이뤄져야
일시금 대신 연금방식도 고려를


◆민간보험 아닌 사회보험으로 가야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임의가입 방식의 민간보험 의존 형태로는 안전사고 취약지대에 있는 농업인들에 대한 보호나 사고 예방체계 구축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수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2018년 발표한 ‘우리나라 농업인의 농작업 재해 현황과 보상체계’ 보고서에서 “80%가 넘는 보험료 지원에도 불구하고 임의 가입 형식으로 인해 재해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가입률이 극히 낮은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5년 보험가입자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2%, 차상위계층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장 수준도 여전히 미흡하다. 이 교수는 “산재보험과 비교해 보면 급여 항목의 구성은 유사하지만 급여 수준이 낮고 지원금액의 상한액을 제한하거나 적용기간을 한정함으로써 재해를 당한 농업인들의 실제 손실액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모든 급여가 일시금으로 지급돼 중증이거나 장기간의 입원, 재활치료가 필요한 재해에 대한 보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해보험이 산재로부터 근로자의 신체나 재산에 대한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와 생활을 보장하는 목적을 갖는다는 근본 취지를 고려하면 장해급여와 유족급여의 경우에는 일시금보다는 연금방식의 지급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명채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장은 “애당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역할을 영업이익을 쫓을 수밖에 없는 민간보험사에 맡긴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하루빨리 사회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독일은 의료보험, 연금보험, 요양보험, 재해보험 등 농업인과 관련한 4대 사회보험이 일반 국민과는 별도의 체계로 통합 운영되고 있다”면서 “보험제도가 있다고 해서 농민이 보험혜택을 받는 게 아니다. 독일처럼 사회보험으로 운영해야 농업인 보상도 제대로 하고 농작업사고예방 대책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보험은 예기치 못한 재난과 안전사고 등 ‘사회적 위험’에 대비, 국민들의 안정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우리가 흔히 4대 보험이라고 말하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사회보험과 연계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계층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 농업인들도 그러한 사회적 약자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서 “더이상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5월 1일 노동절에도 “무엇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산재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번엔 농민들도 생명존중 안전사회의 일원으로 포함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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