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저온으로 인해 배 열매가 달려 있어야 할 자리 주변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시커멓게 변해있다.

[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전북 장수 최흥림 씨 
꽃 다 말라죽어 망연자실
“30년 동안 이런 경우 처음”
내년 농사도 장담 못해 


“30여년 동안 배 농사를 지어 왔는데 올해처럼 배 열매가 하나도 없이 전체가 얼어 죽은 일은 평생 처음으로 사상 최악입니다. 겁도 나고 불안해서 앞으로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 큰 걱정과 우려가 앞섭니다.”

전북 장수군 산서면 신창리에서 배 농사에 여념이 없는 최흥림(60)씨는 올해 이상저온 앞에 배가 모두 얼어 죽는 피해를 입어 망연자실해 있다. 5월 22일 현재 그의 과수원 배나무는 열매솎기 할 것 하나 없이 가지만 무성히 뻗어 있다. 예년 이맘때면 매실만한 크기의 열매가 붙어 있어야 할 열매는 온데 간 데 없고 열매가 달려야 할 자리에는 꽃이 얼어 죽어 검게 매달려 있어 그 피해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배꽃이 왕성하게 필 무렵인 지난 4월 5∼7일에 이어 15일경에 이 지역에 몰아닥친 두 번의 한파 엄습과 된서리까지 동반했다. 이후 배꽃이 지고 열매가 열려야 하나 씨방이 통째로 말라 비틀어져 불에 그을린 것처럼 시커멓게 변해, 배 열매가 단 한 개도 붙어 있지 않은 앙상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봄에 영하의 날씨와 강한 서리가 함께 온다 해도 배 한그루에 어느 정도의 열매는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단 한 개의 열매를 찾기 힘들 정도로 폭풍 타격을 가해 과수원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3만3000㎡(1만여평)의 과수원에서 올해 30여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최 씨는 이렇게 배가 몽땅 얼어 죽는 피해는 난생 처음이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지난 5월 초순경 열매솎기를 위해 과수원을 찾아 이런 피해를 발견한 최 씨는 예년 이맘때 같으면 배 열매는 매실 크기만 하게 달려있어야 하고 이후 6월 5일경 3∼4일에 걸쳐 봉지 씌우기 작업도 들어가야 하는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슬픔으로 가득한 최 씨는 올 한해 농사는 물론 내년 농사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배나무 상태는 열매는 없고 내년에 필 꽃눈이 형성됐는데 이게 가지로 세력을 뻗쳐 나가고 있기 때문에 내년 농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매년 농약대로 2000만원씩 들어가는 최 씨는 “올 농사는 망쳤지만 내년 농사를 위해 앞으로 과수원에 농약을 4∼5회 정도 살포해야하데 영농비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손주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최 씨는 “올해 배에서 얻을 소득이 없어 생계가 막막해 최근에는 우울증도 찾아왔다”고 전했다. 최 씨는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을 한 상태"라면서 "철저한 피해 조사를 바탕으로 피해 농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재해보험금이 지급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밝혔다.

최흥림 씨는 농어민후계자와 새농민상에 선정되어 성실과 노력으로 전국으뜸농산물품평회에서 농촌진흥청장상을 수상할 정도로 최고의 배를 생산하고 있는 프로 농군으로 이번 냉해 피해가 그를 시커멓게 타들어가게 하고 있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장수=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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