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일반 산재사망률 3배 불구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 제외
농업인안전보험 제역할 못해

최근 3년간(2016~2018) 농업작업 중 추락이나 전복·끼임 등의 사고로 사망한 농업인이 해마다 ‘26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사망만인율은 평균 3.5명.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산재 사망만인율 1.08명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게다가 이 사망자 수는 ‘농업인안전보험’ 가입자 중 사망보험금이 지급된 건수를 집계한 것으로, 사망했지만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거나,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까지 감안하면 농작업 중 사망하는 농업인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인들의 죽음은 주목받지 못한다. 건설현장에서 추락하고 스크린도어나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나마 공론화가 되고 있지만, 농업인들의 죽음은 아무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거나 대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산업재해 발생현황’ 통계에서도 농업인의 죽음은 ‘기타’로 분류된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규모를 가진 농업법인이나 영농법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영농들은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재보험을 대신해 2016년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하 농어업인안전보험법)’을 제정, ‘농업인안전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산재보험과는 달리 임의가입 방식인데다 민간보험사인 NH농협생명이 관리·운영을 맡으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기존 상품보다 보상수준을 강화한 산재형 상품이 출시된 후 수년간 50%대에 머물던 가입률이 2019년 현재 64.8%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나머지 35%의 농업인들은 재해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입을 했다고 산재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산재보험에 비해 보상 수준이 턱없이 낮을 뿐만 아니라 1년짜리 단기보험이라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 지급을 기피하기도 한다. 

지난해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해 9년간 보험료를 납부해 오던 봉화의 한 농민이 보험기간 중 경운기 전복사고로 입원해 40일 만에 사망했지만, 입원 중 재가입을 거절했던 농협은 보험기간 만료를 이유로 유족들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최근 이 사례가 알려지면서 현장에서는 “농협이 농업인 안전을 빌미로 국민 세금을 받아 손쉽게 보험 장사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하지만 수백억의 보험료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농식품부는 “안타깝지만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무늬만 정책보험일 뿐 영업이익을 쫓을 수밖에 없는 민간보험사의 손에 농업인의 안전이 맡겨진 셈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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