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밸런스(한진규. 다산. 2017. 13,800원)>

일어나는 시간 규칙적으로 유지
매일 온몸에 햇볕 골고루 쬐기
억지로 자지 말고 잠오기 기다리며
신선한 채소, 산·들나물에 답 있어


“잘 주무셨습니까.” 아침에 나누는 습관적인 인사지만 잘 잤냐는 말의 함의는 크다. 걱정거리 없이 잘 사시느냐는 인사일 수도 있고, 오늘 하루를 활기차게 지내시라는 축원이기도 하다. 걱정거리가 있거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간밤에 잠을 설쳤으면 종일 머리가 띵하고 졸음에 시달리며 집중이 안 된다. 이렇게 하루를 비척거리면 그날 밤 잠자리도 달콤할 수 없다. 악순환이다.

1시간 적게 자면 그날의 업무효율과 학습능력은 30%나 떨어진다고 한다. 11시 이후에 밤늦게 자면 같은 시간을 자도 깊게 잠들지 못해 피로가 쌓인다. 잘 때 코 호흡(비강호흡)을 못하고 입 호흡(구강호흡)을 하면 심장이 손상되며 뇌세포가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입 벌리고 자는 게 아주 안 좋다는 말이다. 모든 건강의 근원은 숙면에 있다는 부제가 달린 <수면 밸런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잠을 잘 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뇌는 잠을 잘 때만 쉬기 때문이란다. 심장도 우리가 잘 때 비로소 쉰다. 잠은 면역력도 키워서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잘 지켜낸다. 낮 동안의 경험과 생각들을 장기 기억 저장고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일도 잘 때 한다.

저자 한진규는 국내 최초의 잠 전문의원 원장이다. 한국 수면학회 이사도 겸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수면 전임의로 일했다. 잠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잠의 기능과 역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원인과 처방,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주기 설명 등 잠에 대한 모든 것이 5개 장에 걸쳐 소개되어 있다. 진료와 상담, 대학강의를 통해 얻은 생생한 사례가 책의 곳곳에 있어 이해가 쉽다.

수면유도제는 최대한 피하라며 그가 권하는 잠 잘 자는 방법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 각자 자기의 생활 리듬에 맞춰 적용하면 되겠다. 첫째 방법은 오래전부터 내가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낮잠을 자지 말며, 밤을 좀 일찍 맞는 것이다. 일어나는 시간을 최소 4-5일 동안만 규칙적으로 유지하게 되면 습관이 된다.

둘째 방법은 매일 매일 햇볕을 온몸에 골고루 쬐라고 한다. 일광욕이 그렇게 좋다는 것이다. 뇌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잘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말고 잠이 올 때까지 자지 말라고 한다. 참 간단하다. 잠이 올 때까지 자지 않으면 불면증은 치료된다니.

책의 끝부분에 ‘음식에 답이 있다.’는 꼭지가 있다. 잠을 잘 자게 하는 음식이 있다는 것으로 섬유질과 곡식류도 그렇지만 신선한 채소가 최고란다. 신선도와 생동력을 따지자면 산나물 들나물이 따를 게 없다. 유기농작물보다도 몇 배나 낫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피츠버그 수면의 질 설문’으로 독자들은 자신의 수면 문제를 파악해 볼 수 있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잠을 부르는 명상 시디를 이용하면 듣기만 해도 잠이 솔솔 온다. 오디오 파일로 제작된 점진적 근육 이완법 프로그램이다.


[같이 보면 좋은 책]

400여 가지 산나물·들나물 총망라
야생의 자연에서 건강 회복하는 법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이영득. 황소걸음. 2010. 33,000원)>

먼저 <주머니 속 나물 도감>이 있었다. 생태탐사 길잡이 시리즈로 곤충, 식물, 새, 거미, 민물고기, 나무, 에벌레, 풀꽃 도감 등을 펴낸 ‘황소걸음’의 책이다.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는 휴대용인 앞의 책을 크라운판으로 크게 출판한 책이라서 보기가 시원시원하다.

책이 유독 시원시원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판형이 커진 이유도 있겠지만 책의 구성이 그렇다. 근 400가지에 이르는 산나물, 들나물, 나무 나물, 갯가 나물이 460여 쪽에 망라되어 있는데 한쪽에 한 가지씩이지만 수리취나 산 달래, 얼레지, 고마리 등은 새순과 꽃대, 열매 등이 다채로워서 두 쪽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나물 하나에 사진이 최소 5장인데 8장인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물 뜯기 가장 좋은 때 사진이 두 장, 꽃이 필 때의 접사 사진, 군락을 이룬 사진, 묵나물 만든 사진, 줄기 사진 등이 시기별로 찍혀 있어서 나물 하나의 전 생애를 사진으로 볼 수 있어 좋다.

어느 계절이건 산과 들로 나서서 책을 펼쳐 들면 그 시기에 뜯을 수 있는 나물들을 알아볼 수 있고, 때가 지난 나물들도 눈으로 직접 익힐 수 있는 것이 책을 시원시원하게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냉이를 예로 보자. 잎이 나고, 꽃대가 올라오고, 꽃씨가 맺힌 시기별 사진과 냉이국과 냉이 초밥 사진이 같이 있다. “나새이, 나시래이, 나생이라고도 한다.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뿌리째 캐서 겉절이를 하거나 된장국을 끓인다. 고혈압이나 당뇨 따위에 약으로 쓴다.”는 설명이 있다.(239쪽)


잠을 잘 자야 건강하다는 말은, 건강하면 잠을 잘 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야생의 자연에서 건강을 회복하는 이야기가 <야생의 위로>다. 한 달을 한 장으로 하여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야생 속으로 저자가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가는 섬세한 기록이다.

“줄기 아래쪽은 꽃송이가 만개하여 꽃잎 하나가 바깥으로 젖혀있고 위쪽은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직전이다. 햇살과 풍요로운 꽃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강렬한 만족감이 퍼져 나간다.”(167쪽)

<야생의 위로(에마 미첼. 신소희역. 심심. 2020. 18,900원)>

야생의 자연은 우울증을 앓는 저자를 위로하고 치료했다. 숲과 정원의 길가에서 항상 저자를 기다리는 수천 가지의 미묘한 기쁨을 저자는 놓치지 않고 발견한다. 이러한 식물 기반의 자가치유 과정으로 혈압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했으며, 불안이 가라앉고 맥박도 차분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직접 그린 수채화와 연필 스케치. 그리고 사진을 보다 보면 저자와 함께 야생 속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아래 구절은 어떤가. 읽는 것만으로도 숲의 풋풋한 향내가 책갈피에서 왈칵 풍긴다.

“이제 맺히기 시작한 산사나무 열매. 그 짙은 포도주 빛은 나에게 생생한 시각적 치료약이다. 내 마음을 위로하고 마음속 어둠을 쫓아내 줄 힘을 지니고 있다. 그 자리에 서서 산사나무꽃의 진한 향기를 들이마신다.” 이 책의 저자도 독자도 오늘 밤 달게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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