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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일 강원대 교수 “위험지역 멧돼지 제로화 반드시 필요”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동물보호만 주장할 것 아니라
환경부, 개체수 저감 급선무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농가만 압박하다가는
감염신고 걸림돌 될 수도

강화·김포 등 재입식 허용하고
정부가 위험도 평가 나서야


“위험 지역에 대한 야생멧돼지 제로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내 수의역학 분야 권위자인 박선일 강원대 수의대 교수의 목소리다. 박선일 교수는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했던 지난해 9월부터 꾸준하게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을 추적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필요한 대응 전략이 무엇인지, 박선일 교수와 이야기 나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환경부가 야생멧돼지 개체 수 저감에 미온적으로 나선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500건이 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 발생 지역을 분석했을 때 평균 고도가 300m, 경사도가 20도로 나왔다. 그 의미는 엽사들을 동원해서 엄청난 수색을 벌였다는 환경부 이야기와는 다르게 실제 감염 멧돼지 발견 장소가 모두 걸어가기 편하거나 발견하기 쉽고, 차로 이동하다 내려서 잠깐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 정도라는 것이다. 그 정도 반경에서만 사체 수색을 했다는 뜻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개체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환경부 대응이 잘못됐다는 이야기인가.

“환경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전략은 울타리 설치와 멧돼지 사체수색을 강화하는 것이 전부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가 발생할 때마다 울타리를 새로 치고서 광역울타리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말한다. 멧돼지 개체 수 저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야생멧돼지를 전부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위험지역,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그 위쪽만 공동화해도 충분히 가능한 전략인데, 환경부는 멧돼지를 보호해야 할 동물이라고만 이야기한다. 더군다나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야생멧돼지 정보를 유관기관과 제대로 공유하지도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라는 기구에서 형식적으로 합동회의를 하는 것이 전부다.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정보도 공문으로만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큰 문제다.”

▲전문가들이 야생멧돼지가 번식을 하고 난 이후인 올 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예상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야생멧돼지를 예전에는 연간 5만 마리 정도 잡다가 작년에는 10만 마리 넘게 잡았다. 돼지는 원래 많아야 평균 1.5회 번식을 하는데, 생존의 위협을 느낀 멧돼지들은 습성 상 번식을 확 늘린다. 작년에 10만 마리 이상 잡은 게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예상보다 개체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에도 나와 있다. 예상보다 상황이 안 좋아 졌다. 잡을 때 완전하게 잡던지, 지금처럼 할 거였으면 차라리 나뒀어야 한다.”

▲고성군에서 포획한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두고서 기존 전파 경로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있다. 전문가 판단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가 기존 발생지역에서 고성으로 이동했다는 가설을 세우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그 장거리를 갈 수 있는지 설명이 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미 철이면 암컷 쟁탈을 위해 갈 수도 있는데 포획한 시점은 3월 말로, 이미 교미 시즌이 지났다. 새 등 다른 매개체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고성에서만 바이러스가 나온 것을 보면 결국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 가능성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이 북한에서 내려온 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다. 그 흔적을 찾기 위해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봤더니 남북이 산으로 연결된 곳이 유일하게 고성이었다. 아직은 하나의 가설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양돈 농가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에 대한 생각은?

“방역을 위해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접경지역 양돈 농가 차량 진입 통제 등 우선순위에서 떨어지는 것은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규제들이다. 그런 판단 없이 자꾸 규제만 늘어가니까 농가에선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력이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늦고, 같은 돈사 내에서도 어떤 개체는 죽는데 일부는 산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 마련 없이 지금처럼 농가만 압박한다면 감염 농장에서 신고하지 않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그러면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

▲향후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나?

“야생멧돼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 확산되고 토착화, 고착화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감염 개체가 설악산·오대산 등 국립공원으로 들어가지 않았을지 걱정이다. 들어갔다면 감염 개체를 양산해내는 통로 역할을 할 것이다. 국립공원은 차단할 수가 없다. 발생 지역인 고성에서 거리상으로 설악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설악산 인근에는 이중 삼중의 울타리를 해야 한다. 지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점들이 돼지열병바이러스(CSFV) 이동경로와 거의 같다. 국립공원으로 감염개체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해안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감염을 1년 이내에 종식 시킨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최소한 3년에서 5년은 무조건 간다고 본다. 국내 방역정책도 3~5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정책에 무엇이 필요한 지 이야기해 달라.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전략은 해외 사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특별하게 정책이 더 나올 것이 없고 나올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정책의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체수색을 강화하는데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포획 방법은 어떤 것이 더 좋은 지 이런 분석이 부족하다. 또 위험 지역에 대한 멧돼지 제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엽사들도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멧돼지 대응과는 다르게 양돈 농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원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초기에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사육 돼지를 수매·살처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국내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야생멧돼지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발견 지점에서 70m, 심지어는 30m 인근에 양돈장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양돈장은 지금까지 감염된 곳이 한 곳도 없다. 살처분 정책이 의미 없다는 증거다. 다른 지역은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환경부도 멧돼지가 없다고 얘기하는 강화와 김포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재입식 해도 된다고 본다. 정부가 위험도 평가를 위한 시험공간(테스트베드)을 운영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재입식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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