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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매실 손질, 이젠 기계에 맡겨볼까

[한국농어민신문]

신록으로 눈부신 5월이 지나면 여름이다. 벌써 이글거리는 태양, 찬물 흐르는 계곡, 흰 파도 부서지는 바다가 아른거린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회사원은 회사에, 학생은 학교에, 주부는 가정에 묶여 있어 그곳까지 가는 시간을 내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멀리 가기 위해 굳이 시간을 내지 않아도 앉은 자리에서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 곧 여름의 맛, 시원하고 달콤한 과즙 가득한 여름과일이 시장에 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살구, 앵두, 자두, 복숭아, 포도, 수박, 참외.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한입 베어 먹으면 몸이 싱싱해질 것 같다.

대부분 과일과 마찬가지로 여름 과일은 수확한 그대로, 싱싱한 날것 그대로 먹는다. 그러나 매실은 다르다. 6월이 제철이고 이르면 5월 하순부터 출하되는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지만 절대 날로 먹지 않는다. 날로 먹으면 신맛이 매우 강해 치아가 상할 수 있다. 매실의 신맛은 4~6% 정도 함유돼 있는 유기산 때문인데, 유기산 대부분은 구연산이다. 이 구연산은 식욕 증진, 피로 해소는 물론, 장을 깨끗하게 하는 작용 등의 기능이 있으며, 칼슘 흡수 촉진, 항균작용, 항산화 활성 등의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매실은 더할 나위 없는 건강식품이다.

날로 먹을 수 없는 매실은 장아찌, 통조림, 주스, 잼 등 다양한 가공품으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농가에서 생산된 매실은 대부분 가공품이 아닌 생과로 유통된다. 이러다 보니 농산물 가공식품을 통조림, 주스, 즙, 잼, 술, 식초, 음료, 조미, 청, 분말차, 기타로 구분해 집계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매실 가공식품 생산량은 2018년 1844톤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해 매실 생산량 3만200톤의 6.1%다. 다른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과로 먹을 수 없는데 생과 유통이 대부분이라니 아이러니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매실 가공품 생산이 늘지 않는 이유는 생매실에서 씨를 빼는 일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2019년 매실 씨를 빼고 과육을 여러 조각으로 절단해 주는 기계를 개발했다. 이 기계는 매실 공급부터 씨 제거, 과육 절단, 배출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시간당 216kg을 작업할 수 있어 손질될 매실을 하루 1.7톤까지 생산할 수 있다. 올해는 작년에 개발한 씨 제거 시스템을 개선하고, 절단된 과육 세척기와 물기 제거장치를 추가해 경남 하동에 있는 농가가공공장에서 현장실증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 실증연구에 투입된 매실가공시스템은 농가가 직접 사용해보면서 한 번 더 보완될 예정이며,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2021년 신기술 보급사업에 선정돼 내년부터 시범 보급된다.

최근 씨를 빼고 과육을 자른 ‘쪼갠 매실’이 인기이다. 그간 어렵고 힘들었을 씨 빼고 과육 자르는 일을 사람 대신 기계가 하게 되어 생산이 늘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의 접근이 쉬워져 소비 또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농가는 생과를 팔 때보다 부가가치를 높여 소득이 늘고, 소비자는 쉽고 편하게 청이나 장아찌로 매실의 맛과 영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박종률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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