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성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요즘 전통찻집은 거의 사라지고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들만 촘촘
전통 차음료 활성화 위해 지원 필요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가끔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전경이 좋은 창이 넓은 조용한 찻집에서 향기로운 한 잔의 차를 음미하면서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매우 꽉 짜인 일정과 수많은 사회적 관계, 업무 등에 쫓기면서 잠시도 편안한 상태로 있지 못하고 있다. 그것들이 누적되어 나중에는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결국은 모든 병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일상에서 커피와 차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가 점점 쇠퇴하고, 온통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에는 어느 도시에서나 흔하게 전통찻집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전통찻집이 거의 사라지고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들만 촘촘히 들어서 있다.

본래 차(茶)라는 용어는 녹차잎(Green Tea Leaf)를 원료로 제조된 차를 지칭하는 것이다. 차잎을 그대로 볶거나 쪄서 제조한 차를 녹차라고 하고, 녹차잎이 전처리 과정을 지나 발효한 차를 발효 정도에 따라서 홍차, 우롱차, 보이차 등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차류들은 주로 과거 중국에서 시작하여 일본, 한국 등 동양으로 퍼져나가 품질에 따라 고급 차, 대중 차로 널리 음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에 야생차를 이용한 고급 차가 상류계층에 주로 음용됐고, 일반 대중들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차였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각종 향약성(香藥性) 소재를 이용한 차를 만들어서 음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대용차(代用茶)라고 지칭했다. 엄격히 말하면 이것은 차(茶)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마실 수 있도록 제조한 제품들을 모두 차로 부르고 있다. 인삼차, 오미자차, 구기자차, 매실차, 꽃차, 곡류차 등 매우 다양하게 제조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대중 차음료는 커피이다. 차 한잔하자고 하면 주로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500잔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소비량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교역되고, 소비되는 기호식품이며, 다양한 커피콩 생산지나 품종 및 처리공정에 따라 독특한 향미를 나타내고 그 선호도도 다양하다. 커피향은 이미 전 세계인의 기호를 사로잡고 있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건강 관련 연구 결과들도 매우 많이 나오고 있다. 커피는 적당량 섭취하면 심장질환 예방, 인체 항산화성 증가, 피로 해소, 각성효과 등 좋은 점이 많지만, 과량을 섭취할 경우 불면증을 동반하고 고지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마신 후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을 알고, 1819년에 유기화학자 프리들리프 룽게에게 그리스 산 커피 열매를 보내 그 원인을 밝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커피 열매 안에서 쓴맛이 나는 하얀 가루 성분 카페인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커피에는 수많은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고, 그것을 볶을 때 이들 성분의 화학적 반응에 의해서 다양한 향미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카페인의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주의력, 집중력, 활력 증가 등 긍정적인 영향도 있으나 불면증, 신경과민 등 부정적인 영향도 생길 수 있다. 카페인의 과다섭취는 심장 박동수 증가, 위산 분비 촉진, 뇌의 각성으로 불면증, 신경과민, 불안 등을 유발하고, 철분과 칼슘 흡수를 방해해 빈혈이나 성장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카페인은 커피콩, 코코아콩, 차잎, 과라나 열매 등과 같은 식물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이러한 원료가 사용된 가공식품에는 모두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가 생산되지 않고 전량이 수입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구대비 커피 수입량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14만3800여 톤으로 2017년 14만6400여 톤보다 2600여 톤(약 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커피 시장은 10조원을 돌파했고,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불경기가 나타나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차음료 소재는 녹차를 비롯해 다양한 한방식품소재, 전통음청류소재 등 매우 다양하다. 이는 향과 맛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아 현대인의 기호에도 적합하다. 이같은 국내산 원료이 차음료 소재와 제품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커피도 여러 가지 건강에 유익한 점이 많은 기호음료이지만, 최근 들어 우리 전통 차음료 시장운 너무 위축되고 있고,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전통 차음료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연구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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