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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농해수위 결산] ‘입법 1위’ 화려한 성적표 속···‘늑장 처리·3농 실종’ 민낯 드러내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대 국회가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대 국회 임기는 5월 29일까지다. 2016년 ‘여소야대’, ‘다당제’ 구도로 출발한 20대 국회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을 겪으며 불거진 사회 혼란을 추슬러야 할 책무를 부여받았지만, 오히려 ‘정치의 실종’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임기 내내 여야 간 충돌이 격렬했고, 장기간 파행도 빈번했다. ‘법안 처리율 36%’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법안 발의건수, 처리율 등에서 타 상임위원회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둬 자타공인 ‘입법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입법 1위’라는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속살을 들여다보면 무턱대고 박수를 보내기 어려운 대목들이 여럿 있다. 이는 ‘입법 1위’ 성적표를 올린 지난 4년간 농어민의 삶과 농어촌, 농어업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과 맞닿아있다.


◇20대 국회 ‘입법 1위’ 상임위
법안 처리율 69.7%, 전체 36% 비해 ‘압도적’

농해수위 회의도 총 173차례 
4년 간 매달 3.6회 꼴로 열어
인사청문회 등 파행 없이 운영
‘일 잘하는 상임위’ 수식어 붙어


2019년 7월 9일 낮 12시, 국회 귀빈식당 별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농해수위 위원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은 “농해수위는 가장 모범적이면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이 52.9%로 전체 상임위 가운데 1위이며, 국회 전체 법안처리율 29.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며 “농해수위 위원님들께서 노력해주신 덕분이다. 앞으로도 압도적 1위가 절대적 1위가 되도록 특별히 더욱 분발해주시길 바란다”고 치하했다. 농해수위 위원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황주홍 농해수위원장, 경대수 자유한국당 간사, 김현권·서삼석·오영훈·윤준호·김성찬·이만희·김종회 의원 등이 자리했다.

문 의장의 평가처럼 몇몇 지표를 놓고 볼 때 농해수위 입법 성적은 20대 국회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중에서 독보적이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안 발의 1852건(7위), 법안 처리 1291건(1위), 법안 처리율 69.7%(1위)로, 명실상부 ‘입법 1위’라는 평가에 큰 이견이 없을 성적표다. 참고로 20대 국회 전체의 법안 처리율은 약 36%다. 법안 2만4000여건이 발의된 가운데 9000여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회의 횟수도 양호하다. 농해수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의 일정을 보면 농해수위는 20대 국회에서 총 173차례 회의를 열었다. 전체회의 98회, 소위원회(법안 및 예산심사·부정청탁등금지법관련·세월호관련 등) 73회 등이다. 4년간 평균 매달 3.6회 꼴로 회의를 한 셈이다. 다른 상임위(보건복지위 171회, 환경노동위 215회, 산업통상자원위 193회, 국토교통위 131회 등)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앞선 국회에서부터 농해수위에 따르는 수식어는 ‘일 잘하는 상임위’,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상임위’ 등으로 대표된다. 이런 흐름은 20대 국회에서도 전반적으로 유지됐다. 여야가 불필요하게 날을 세우기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극심한 충돌을 지양하려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예로, 문재인 정부 들어 3차례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2차례의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타 상임위에 비해 청문보고서를 신속하게 채택한 사례다. 물론 유례없는 농정 컨트롤타워의 장기간 부재 등의 여건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파행 없이 상임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데 여야가 함께 노력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대목이다.


◇화려한 성적 속 민낯, 그 ‘불편한 진실’
관행 되풀이·책임방기·농민 목소리 외면 등 여전

농특위 설치법 2년 넘게 끌고
쌀 목표가격 20대 막바지 결정  
‘경자유전의 원칙’ 훼손 개정안
농지 소유 강화보다 2배 많아


하지만 ‘입법 1위’라는, 화려한 성적표의 이면에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관행과 책임방기, 농업·농촌·농민 등 ‘3농’의 실종이라는 비판을 제기할 지점들이 여럿 있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성찰과 개선, 변화 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농업·농촌·농민은 어디에?=농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쟁에 휩싸여 적기를 놓쳐 입법 효과가 떨어지거나 아예 폐기될 처지에 놓인 법안들이 적지 않다. 개혁 법안들이 이에 해당된다. 문재인 정부의 1호 농정공약이기도 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법안은 2년 넘게 계류(2016년 7월 황주홍 의원 대표발의 등 4건)되다가 2018년 12월 처리됐다. 농업계의 조속한 처리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방치되다가 일부 농업계 인사들의 무기한 단식 등에 힘입어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많다. “농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공백이 장기화되는 등 농정 컨트롤타워 공백과 더불어 농특위 출범 시점이 늦어지면서 개혁 동력이 힘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농정공약인 농어업회의소, 사회적농업 육성 관련 법안 등은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거나 시간에 쫓겨 제대로 논의하지 못해 농해수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정작 현장 농민의 경제 활동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안은 외면했다. 대표적인 것이 쌀 목표가격 문제. 2018년 11월 여야의 목표가격 논의가 공식화된 이후 여당이 공익직불제 도입 논의와 연계 방침을 내세우면서 목표가격 결정은 여야 공전 속에 기약 없이 표류했다. 5년마다 국회를 거쳐 정해지는 목표가격은 2018년 말~2019년 초 확정해야 예년처럼 변동직불금 지급이 가능했지만, 이보다 훨씬 늦은 2019년 12월 27일 확정됐다. 2018~2019년산 2년치를 적용하는 것으로, 당초 농민들의 요구였던 80㎏ 기준 24만원에 크게 못 미친 21만4000원으로 정해졌다. 

공익직불제 도입에 따라 목표가격이 폐지되는 데다 앞선 목표가격 18만8000원보다 2만6000원 오르는 데 그친 결과를 내놓으면서도 논의를 질질 끌다 20대 국회 막바지에 가서야 ‘부랴부랴’ 처리한 것이다. 이처럼 목표가격 결정이 미뤄지면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2019년 12월 9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변동직불금 미지급에 따른 국회의원 직무유기 고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공익직불제 시행 내용을 담은 농업소득보전법 개정 논의도 ‘토론회’ 1차례 등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처리했다.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농해수위의 입법 활동이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농어민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아 올해 3월 26일~4월 1일 7일간 학계·단체·연구자·현장지원조직 등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20대 국회(농해수위) 의정활동이 농업·농촌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도움이 안 됐다’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됐다’는 답변이 53.4%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구체적 입법 성과 부족’, ‘농민단체 등 농업계와의 소통 및 의견수렴 부족’,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발목잡기 등 정당 간 대립’, ‘의원들의 전문성과 자질 부족’ 등이 고루 선택됐다. 반면 ‘도움이 된 편이다’는 6명(20%)이었으며, ‘매우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없었다. ‘보통이다’ 답변은 8명이었다.

심지어 농민 정서와 목소리에 배치되는 법안들도 있다. 지역 민원성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특징은 농지법에서 잘 드러나는데, 헌법에서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는 취지의 개정안이 농지 소유·이용 규제를 강화하려는 취지의 개정안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대 국회에서는 간척지에 태양광 설비 설치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내용 관여 없이 용어만 변경
실적 부풀리기 개정안 여전
국회 예결위선 반영 안 되는 
생색내기 농업예산 증액 의결도


▲‘실적 부풀리기’ 법안 관행 여전=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농해수위 소관 법안은 1852건으로, 전체 상임위 중 7위다. 이 가운데 제도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려운 용어 및 표현 등을 고치는 개정안들이 더러 있다. 농업·농촌, 그리고 1차 산업이라는 특수성과 전문성이 법률에 담겨 있어 이 같은 개정 사례가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를테면, ‘작목·작부’를 ‘재배작물의 종류, 재배방법’으로, ‘실사’를 ‘실제조사’로 개정하는 식이다. “어려운 한자어, 축약된 한자어, 부자연스러운 일본식 용어 등을 한글화하거나 보다 쉬운 표현으로 개정”하는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법률의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부적절한 표현이나 용어 등을 일괄 검토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일부 의원들이 개별 입법 실적을 올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부풀리기’라는 비판이 따른다.

▲‘생색내기’ 예산 심사=농업 예산 확대와 관련해 농해수위의 책임론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농업 분야 예산은 국가 예산의 3% 비중에 불과한데, 이를 5%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농업계와 농해수위 위원들의 주장. 하지만 국회 예산심사에서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어 농정 당국과 함께 농해수위 차원의 예산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소관 상임위별로 예비심사를 거치게 되는데, 농해수위는 예산심사소위를 통해 매년 정부안 대비 수조원씩 증액 의결하고 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본 심사에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상임위의 바람에만 머물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임위 증액이 ‘생색내기’, ‘책임면피’ 성격으로 되고 있다”는 ‘무용론’ 지적으로 이어진다. 본질적으로는 국회 예산 심의 구조와 막강한 예산 당국의 권한을 손봐야 하는 문제이지만, 농해수위 책임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농해수위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농식품부) 대비 증액한 금액은 2016년(2017년도) 5591억원, 2017년(2018년도) 2조3320억원, 2018년(2019년도) 1조6700억원, 2019년(2020년도) 6394억원 등 4년간 5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 정부안 대비 증액(국회 순증액)은 2017년도 667억원, 2018년도 56억원, 2019년도 115억원, 2020년도 4753억원 등 4년치 합산 약 5500억원이다. 공익직불제 도입 예산이 반영된 지난해를 제외하면 20대 국회 3년간 1000억원(합계 838억원)도 증액하지 못했다. 2020년도 농식품부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의 3.08% 비중이다.

회의 한 번도 안한 소위에
‘장관 차출 의원’ 배치 도마위


▲‘유명무실’ 소위들=유명무실한 소위원회도 도마 위에 오른다. 농해수위 소위는 총 5개. 법안심사소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등 2개), 예산심사소위 외에 농협발전소위와 청원심사소위가 각각 있다. 하지만 소위 활동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농협발전소위는 2017년 9월 20일과 2019년 7월 10일 두 차례 회의와 2019년 4월 22일 농협법 개정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여는 정도의 형식적인 활동에 그쳤다. 청원심사소위는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농협발전소위는 2017년 9월 구성돼 농협법 개정 동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활동 자체가 저조해 농업계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농해수위 농협발전소위의 존재 자체는 농식품부 내 농협개혁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요구를 막아내는 ‘명분’으로도 작용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2019년 11월 13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농협법 개정안 중 농협발전위원회 구성 내용에 대해 “농해수위에 농협발전소위가 구성돼 있는 상태에서 굳이 지금 별도의 농협발전위원회 구성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령위원’, 잦은 교체로 전문성 약화=농해수위 위원 구성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 위원 중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장관 출신의 의원들이 농해수위에 배치되는 사례들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진영 행안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유령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농해수위원장을 지냈던 김영춘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이개호 의원은 각각 해수부와 농식품부 장관으로 차출돼 상임위를 떠났다. 농업·농촌과 크게 관련이 없는 지역구 의원(손혜원·설훈 등)들이 상임위에 배치된 점도 위원회 전문성 측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평가다. 농업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21대 국회 농해수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농민단체 등 농업계 상시적 의견수렴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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