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치료 약제 없는 질병 대응
농진청, 신품종 토종벌 개발
올해 7개 사업장에 보급

산청창원 한봉농가 “양성 판정” 
일반 토종벌까지 전염 주장
“해당 기관 조치 없어” 반발 

저항성 벌 분양 농장은
“산청서 회수한 벌 키워…
전혀 문제 없어” 반박


농촌진흥청이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저항성 벌을 개발해 보급한 가운데 이를 분양 받은 일부 농장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농장에 저항성 벌을 공급한 종봉농장에서는 분양한 벌에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정부가 공급한 벌을 폄하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벌 육성=낭충봉아부패병은 토종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토종벌의 집단 폐사를 일으키고 병에 걸린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부패한다. 2009년 첫 발생 이후 2년 만에 전국 토종벌의 75%가 폐사하는 등 토종벌 사육농가에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유발했다.

현재 낭충봉아부패병의 치료 약제가 없는 만큼 농진청은 낭충봉아부패병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저항성을 갖는 품종 개발이라고 판단하고 품종 개별 연구에 돌입했다. 이후 2019년 11월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 있는 새로운 토종벌 개발을 마치고 올해 신기술보급시범사업을 통해 전국 7개 사업장에서 증식한 신품종 토종벌을 농가에 보급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신품종 토종벌은 2017년과 2018년 전국 9개 지역에서 현장실증시험과 지역적응시험을 거쳐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과 벌꿀 채밀량이 우수하다. 또 저항성 신품종은 유충 체내에 바이러스가 잠복해도 질병의 발병 및 일반 토종벌에 전염을 유발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저항성 계통의 생존율은 79.1%로 기존 품종(7%)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일벌수명도 저항성계통 21.1일, 기존 품종 11일로 약 10일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농진청은 지난해 전국 7개 지역 신기술보급시범사업장에 원종을 분양했고 올해 21개 지역에서 신기술보급시범사업을 추진하며 2021년까지 토종벌 보급과 토종꿀 생산 기반 복원에 주력한다는 계획이었다.

▲저항성 벌에서 낭충봉아부패병 발생 주장=농진청이 보급한 저항성 벌을 분양 받은 일부 지역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항성 벌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한 경남 산청의 한봉농가 손모 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저항성 벌 8통을 분양 받았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현되는 것이 보여서 검사를 의뢰했더니 3통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올해도 분양 받은 한 통에서 병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의 또 다른 한봉농가 A씨도 “저항성 벌을 분양 받은 창원 농가들 중 일부에서 낭충봉아부패병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저항성 벌이 일반 토종벌에 전염을 유발하지 않고 유충 체내에 바이러스가 잠복해도 질병의 발병하지 않는다는 농진청 설명과 달리 일반 토종벌까지 전염되고 있다고 한봉농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손 씨는 “농진청에서 개발할 당시엔 농가 실증시험도 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믿었다”며 “저항성 벌은 양성이어도 발현되지 않고 일반 벌로 수평감염되지 않는다는 설명과 달리 우리 농장의 일반 벌 31통에서도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보급한 벌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농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씨는 “농가들은 저항성 벌이라고 믿고 분양받았는데 만약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려 죽었다면 정부가 보상책이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며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릴 확률이 1%라도 있다면 정부가 해당 벌을 보급해선 안된다”고 질타했다.

▲저항성 벌, 전혀 문제가 없다=저항성 벌을 분양하고 있는 농장에서는 농진청이 개발·보급한 벌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종봉농장을 운영해 농장에 공급하고 있는 윤모 씨는 “낭충봉아부패병은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에 분양 받은 8군 중 3군에서만 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산청에서 회수한 3군의 벌을 우리 농장에서 키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영덕과 포항 등에도 130군 이상 (저항성 벌을) 분양했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씨는 “분양한 벌에서 문제가 생기면 분양한 사람과 분양받은 사람, 해당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담당자가 함께 반드시 시료를 채취해야 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이 있지만 산청농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씨는 또 “그가 검사의뢰를 맡긴 벌이 내가 공급한 벌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정부가 개발해 보급한 벌을 무책임하게 폄하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용수 농촌진흥청 연구사는 “분양하는 종봉농가는 질병 검사 후에 납품한다”며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현장을 찾아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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