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약사단체 반발 크지만
두 번이나 행정예고 후 
취소하는 것은 명분 없어


“반려동물용 백신의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으로 수의사 존재 가치를 지켜내겠습니다.”

올해 1월 진행한 선거에서 첫 직선제 회장으로 선출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이 지난 14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고, 수의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허주형 회장은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간담회 대부분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 지정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정부는 항생제 등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예방을 위해 지난 2013년 ‘수의사처방제’를 도입한데 이어, 하위법령을 통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지정·고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도의 안정적인 도입과 동물 소유자들의 부담완화를 이유로 반려동물제제 및 주요 항생제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으로 단계적 지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견 4종 종합백신(DHPPi)’과 동물용 항생제, 심장사상충예방제 등을 수의사 처방 하에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춘 고시 개정을 추진했지만 개정 확정 고시에서 반려견 종합백신과 심장사상충예방제가 제외됐다.

허주형 회장은 “지난 2017년 약사단체 등의 반대로 인해 당연하게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으로 지정됐어야 할 반려견 종합백신과 심장사상충예방제가 마지막에 빠지게 됐다”며 “2017년 수의사법 개정으로 반려동물의 자가진료가 금지돼 자가진료 처벌사례도 나오고 있는 만큼 처방대상 지정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를 재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에서 제외됐던 반려견 4종 종합백신, 이버멕틴+피란텔 성분과 같은 심장사상충예방제 등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또다시 약사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작용한 것인지, 농식품부가 아직 확정 고시를 공포하지 않고 있다. 허주형 회장은 “만약 약사단체의 반대로 이번 개정에도 반려견 종합백신 등이 처방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수의사들은 더 이상 농식품부를 수의 관련 부처로 보기 어렵다”며 “두 번이나 행정예고 후 취소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수의사들이 주사제인 반려견 백신 등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주사’가 가장 상징적인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허주형 회장은 “수의사들의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 주장을 ‘수익 확대’를 목적으로 몰아가는 시각이 있는데, 수의사들의 경제적 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주사행위를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수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반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외국에서도 주사제를 비처방으로 마음대로 사용하게 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려견 등에 주사를 잘 못 놓으면 번식장애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전문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수의사들은 농식품부가 이번에도 반려견 백신 등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서 제외할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허주형 회장은 “주사제의 비처방 접종 허용은 동물에 해가 되는 일로, 동물을 살리는 사람들이 동물을 죽이는 부처에 있을 수는 없다”며 “반려견 백신 등이 이번에도 확정 고시에서 빠진다면 수의·동물 관련 부처를 바꾸는 청원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국 수의사들이 동참하는 정부 관납 접종 행위 거부, 처방전 발행 중단, 대정부 투쟁 등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허주형 회장은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법 테두리 안에서 농식품부가 순리대로 일 처리를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로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저소득층의 백신 접종 부담 완화를 위해 수의사회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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