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 작업이 한창인 계란유통센터 모습. 7월부터 유통단계에 대한 계란 이력제가 본격 시행된다.

계도기간 끝나는 7월 1일부터
위반사례 적발 땐 행정처분
자동처리 시스템 마련 안돼
계란유통업계 불만 줄이어

지난해 도입한 산란일자표시
생산자·유통경로 등 제공 가능
제도 통합·계도기간 연장 제시
“현장과 협의 통해 보완해야”


“7월 이후에는 아마도 계란 유통 상인 대부분이 범법자가 될 겁니다.”

정부가 지난 1월 시행한 닭·오리·계란 이력제의 유통단계 계도기간 종료를 앞둔 한 계란 생산 및 유통업체 관계자의 목소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닭·오리의 사육, 닭·오리고기 및 계란의 유통·판매 등 모든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회수와 유통 차단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인 닭·오리·계란 이력제를 지난 1월부터 운영 중에 있다.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높아진 가금산물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 확보와 국내 가금 산업 경쟁력 강화가 제도 도입 취지다. 현재 유통단계에서 제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6월말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7월 1일부터는 이력제 위반 사례를 적발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리게 된다.

계도기간 종료를 앞둔 계란유통업계에선 이 같은 이력제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력번호 생성 및 등록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할 시스템이 없어 작업 자체가 어려운데다, 지난해 8월 23일 전면 도입한 산란일자 표시제를 활용하면 계란 생산자, 유통경로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계란 이력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지역의 한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어 20개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을 3일 동안 집란하면 이력번호가 60개 나오는데, 그 이력번호를 다시 거래처의 수많은 최종 판매처에 맞춰 개별 등록해야 한다”며 “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고 자동으로 할 수도 없는 일을 그대로 보완 없이 시행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큰 업체들도 이력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소규모 업체는 손을 놔버린 상태”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계란 유통 상인들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로 인해 현재 시범적으로 계란 이력제를 시작한 업체 대부분이 이력번호 생성 및 등록 과정에서 최종 유통단계를 물류센터로 처리하고 있다. 이력번호 검색 시 생산부터 최종 판매처까지 정보 파악이 가능해야 하지만 지금은 실제 계란을 구입한 소비자 외에는 이력번호만으론 최종 판매처를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북의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 이력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 계란 유통 상인 대부분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계란 이력제는 소비자에게도 생산자에게도 유통 상인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정확한 현장 파악이나 의견수렴 없이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한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산란일자 표시제와 제도를 통합하거나 계도기간 연장을 통해 현장과 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산란일자 표시제를 활용하면 해결될 일을 계란 유통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식품부 두 부처가 관여하다보니 제도가 상충돼 있다”며 “이력제 도입 과정에서 계란유통업체와 아무런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던 만큼 현장과 협의를 통해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제기하는 문제도 알고 일부는 오해의 소지도 있는 것 같다”며 “유통 현장 의견수렴 등 6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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