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정부 세부 시행령 준비중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발동조건 느슨…수급안정 의문”
농민단체 “쌀값지지 안돼” 지적
‘초과량 전량' 설정 목청 
현장RPC는 구곡도 격리 주장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초과 생산량 3% 수준에서 시장격리를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양곡수급안정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수요량을 초과해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 발동 조건이 느슨하고 선제적 대책인 생산조정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후 산지 쌀가격 지지와 쌀농가 소득이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격안정을 위한 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양곡관리법에는 양곡 매입과 판매 등 수급관리제도를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규정됐고, 수요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핵심으로 담고 있다. 특히 공익직불금을 받는 농가에 대해 가격안정을 위한 미곡 재배면적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과 고시 등 시장격리 세부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격리 발동 기준을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초과하는 경우와 단경기·수확기 가격이 평년대비 일정 수준 하락할 경우에도 시장격리를 발동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많을 경우 시장격리 발동 기준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과 ‘5% 이상’ 두 가지를 놓고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산량이 380만톤이고 수요량이 370만톤이라고 가정하면 시장격리 조건을 3% 이상으로 하면 발동되고, 5% 이상으로 잡으면 발동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초과 생산량 ‘3% 이상’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과거 생산량과 시장격리 자료를 이용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참고했으며, 초과생산량 3%를 넘으면 수확기 산지 쌀가격 하락율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초과량 3% 수준을 격리해도 수요량 대비 10만여톤의 공급 과잉 수준이다.

쌀가격을 기준으로 한 발동 조건도 논의되고 있다. 단경기 또는 수확기 산지 쌀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하는 경우다.

반대로 쌀가격이 급등하면 공매가 작동된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거나 장기간 상승세가 지속되면 공매를 통해 RPC에 대한 원료곡 공급물량을 늘려 가격안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는 물론 현장의 RPC는 보다 강한 수확기 시장격리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수요량보다 공급량에 여유를 두면 산지 쌀가격을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시장격리에 대해 “초과량 전량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장 RPC에서는 구곡 시장격리도 주장하고 있다.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는 최근 농식품부에 전달한 건의문을 통해 “신곡 쌀값 영향 최소화를 위해 구곡 재고를 격리물량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쌀가격 수준을 설정하고 시장격리 발동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양곡대책에서 쌀가격 안정이 핵심이기 때문.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수요 초과량 5% 이상에서 시장격리 조건을 잡는다는 것은 이미 양곡시장에 충격이 가해진 상태에서 대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쌀가격 변동성과 가격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 목표를 정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시장격리는 사후적 조치이기 때문에 사전 대책인 생산조정에 무게를 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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