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가정용 소비 활발한 덕에
사과 평년시세 웃돌아

저장량 적어 상승 전망 깨고
배는 지난해 수준 제자리걸음
외식 소비 감소 ‘악재로’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과일시장에선 사과가 순항한 반면 배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저장량이 많았던 사과보단 저장량이 적었던 배가 시세와 소비에선 순항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오히려 사과와 배가 예측과 상반된 행보를 보인 것. 관련 업계에선 가정용과 외식으로 나뉜 사과·배 소비 행태에서 답을 찾으며, 배 소비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2019년 12월 과일관측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후 2019년산 저장 사과 출하량은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8.4%, 0.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1월 이후 저장 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0.5% 증가하는 것에 그치고, 평년과 비교해선 24.4%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올봄 배 시세는 평년보다 상승, 사과는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같은 전망은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4월 사과는 기대 이상의 시세가 나왔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4월 사과 평균 도매가격(10kg 상품)은 2만8600원으로 평년 4월 도매가인 2만6000원을 웃돌았다. 2만9200원이었던 지난해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올 상반기 사과 출하량이 평년과 비슷하고 지난해보다는 8.4%나 증가할 것으로 보였지만 시세도 지지가 된 것이다. 

반면 배는 4월 도매가격이 15kg 상품 기준 3만6000원으로 평년 3만4300원보다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시세인 4만6900원보다는 1만원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2019년산 저장 배의 올해 출하량이 평년보다 24.4%나 줄고 지난해와는 비슷해, 시세 전망은 평년보다 상승하고 지난해와는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배는 전망보다 가격이 한참 밑돌게 나왔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사과와 배 소비 행태가 이번 결과를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과의 경우 가정용 소비가 활발히 이뤄져 개학 연기나 외식 소비 감소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소비가 활발히 이뤄졌다.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물동량 감소 등으로 봄철 주요 과일류인 미국산 오렌지 수입량이 급감한 것도 영향을 받았다. 반면 배는 음식 재료로 쓰이는 등 외식 소비 감소가 배 소비엔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속에 배는 가정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졌다. 

가락시장 중앙청과 이영신 전무이사는 “당초 사과는 저장량이 많아 시세가 우려됐지만 봄철 오렌지 수입이 감소했고, 가정용 소비도 활발히 이뤄져 사과 저장량이 많이 소진됐다. 이에 코로나19 사태에도 사과는 3월 이후부터 가격이 올라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이 전무는 “반면 배는 지난해와 저장량이 비슷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지난해처럼 올해도 가격이 지지될 것으로 봤는데 약보합세가 이어졌다”며 “배는 냉면이나 육회를 비롯해 고기 양념으로 쓰이는 등 외식업체 소비에 민감하지만 가정용 소비는 활발하지 못해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다. 배도 중소과 신품종을 앞세우고 소포장을 실시하는 등 가정용 소비가 활발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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