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입 추정 경로. 환경과학원은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러시아와 중국에서 유행 중인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학조사 중간결과 공개
하천·매개동물, 사람 등 통해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최초 유입됐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초 남북을 오가는 야생멧돼지에 의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환경부가 사실상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넘어왔다는 부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10월 3일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국내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 등을 분석한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역학조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 첫 확인 후 국내에서 발생한 585건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채취한 야생멧돼지 시료 1만6809건을 검사한 결과, 585건(약 3.5%)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이에 대한 유전자 분석 과정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모두 ‘유전형Ⅱ’로 확인했다. 유전형Ⅱ는 동유럽에서 발생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된 바이러스로,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와 동일하다.

환경과학원은 이를 토대로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러시아와 중국에서 유행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러스 최초 유입 및 확산 양상으로 볼 때 지난 10월 발생한 철원·연천·파주의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사례 모두 남방한계선 1km 내에서 시작된 것이 환경과학원에서 제시한 근거다. 올해 4월 3일 첫 확진 판정을 받은 고성군의 경우도 남방한계선과 200m 떨어진 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는 그동안 의문으로 남았던 감염 경로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초기, 남북을 오가는 야생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듯 한 모습을 보여 양돈업계 및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국내 유입 형태는 하천과 매개동물, 사람 및 차량 등을 통한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국내 유입 이후 발생지역 내에서의 전파는 주로 감염된 멧돼지나 폐사체 접촉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기존 발생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7~33km)에서 새롭게 나타난 일부 사례(화천군 풍산리,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는 수렵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다 정확한 전파경로에 대해서는 향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환경과학원 측의 설명이다.

장윤석 환경과학원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역학조사·분석을 통해 정확한 유입 및 전파경로를 규명, 보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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