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코로나로 육류가공장 가동 차질
일부 수입업체 가격인상 통보

국내 수입육 재고 충분한데다
미국도 부진한 내수 전환 필요
호주산으로 대체도 가능해
단기적으로 영향 미미하지만 

수입육 가격 오르막 지속되면
한우 상승세에 탄력 붙을 듯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는 국내 일부 수입업체가 최근 대형 유통업체에 미국산 쇠고기의 공급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육류 가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의 상황이 한우를 비롯한 국내 육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미국산 쇠고기, 코로나19 여파로 수입 물량 줄어들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7만1094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3766톤) 보다 11.5% 증가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도 47.1%에서 53.6%로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공급하는 국내 수입업체들 중 일부가 최근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공급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미국 현지의 육류 가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겼고 공급량 부족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실업수당이 가공장 내 인력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국내 수입업체들의 설명이다. 수입업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경기부양책으로 해고됐거나 일시 해고된 노동자에게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정부에서 지급하는 실업수당까지 합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이전보다 임금을 더 지급받는 노동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결국 출근할 경우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고 실업수당 보다 더 적은 돈을 벌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일할 수 있는 인력이 급감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육류 수입업체인 A사의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도축장 등에 종사하는 인력이 절반 정도 줄었고 추가로 20~30%의 노동자들이 더 이탈할 것이라고 한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정부의 실업수당을 받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작업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은 공급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코로나19 여파로) 빠르면 이달부터 쇠고기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품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며 “지난주부터 국내 유통업체들에게 가격을 조금씩 올리겠다고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사태, 육류시장에 영향 줄까=이처럼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육류시장에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형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 연구원은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는 냉동 제품이 많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해) 수입 물량이 확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도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고 생산된 쇠고기 제품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미국 입장에선 수출 위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로 국내에서 수입육을 취급하는 음식점도 타격을 크게 받았고 냉동 창고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수입육 제고가 쌓였다고 알려졌다”며 “재고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선진 중앙대 교수도 “연간 10만두 규모의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온다. 만약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면 저가 육류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호주산 쇠고기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공행진 중인 한우가격은 다소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5월 1일부터 8일까지 한우의 평균 경락가격은 1㎏당 1만9794원(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으로 지난해 5월 평균가격 1만7717원 보다 11.7% 오르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허선진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공급량이 줄어들고 호주산 쇠고기가 충분히 대체하지 못해 수입육 가격이 오른다면 한우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석 한우협회 유통국장은 “수입육을 먹던 사람들이 가격이 올랐다고 갑작스럽게 한우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산 쇠고기의 공급이 다소 차질이 생기면) 한우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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