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농기자재산업에 더 짙고 강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젖혀진 적이 없었건만, 이 먹구름은 어느새 색이 더해지고 그 크기도 커졌다. 먹구름을 키운 주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다. 농기자재산업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국내 농기계업체들은 농기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산 부품 수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중국 현지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지만 활발한 상태는 아니다. 최근 올해 초에 수입해 놓은 부품들이 고갈되면서 앞으로 수개월이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무기질비료도 비슷한 실정이다. 무기질비료 제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재 수급이 어렵다. 요소와 DAP(인산이암모늄) 등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중국 자국 내 우선 공급 정책 등으로 인해 국내로 들여오는 길이 막혀있다. 종자도 해외채종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채종 비중이 높은데, 항공편이 중단되면서 이들 종자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해외 채종지 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진다. 농기자재산업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사라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농기계업계와 무기질비료업계는 농기계 정책자금 금리와 ‘무기질비료 원료구입자금’ 금리를 각각 1%로 인하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영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종자업계에서는 해외 채종 상품의 품질검사를 강조하고 있다. 해외 채종지 관리가 부실해져 품질이 저하된 종자가 국내에 유통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종자 신뢰도는 국내 종자업체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코로나19 파장을 벗어나기 위한 각 농기자재업계가 도출해 낸 대안들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영농철 으레 나오는 푸념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우리 먹거리는 땅을 갈고 종자를 심고 비료를 뿌려야 비로소 식탁위에 오른다. 그러나 농기계 제조가 어려워지고 종자 품질이 떨어지고 비료 수급이 힘들어지면, 식탁 위의 먹거리는 우리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예기치 못한 식량문제에 단초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 또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도 있다. 이렇듯 농기자재 산업이 위기를 맞은 현재, 농업의 후방산업으로서 더욱 단단히 다지는 기회다. 농기계 정책금리를 조정하고 무기질비료 원자재 구입자금 금리를 낮추며 해외 채종 종자 검사를 강화하는 등이 농기자재 산업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따져보는 일, 그 기회의 시작이지 않을까. 다시 농산업계가 왜, 이 시기에, 또 같은 얘기를, 더 힘 줘서 말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바라보자.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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