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지난해 수확기 이후 약보합
19만원선 문턱 못넘어
 
정부 양곡창고로 조기 이관
지난 3월 약속 불구 ‘지연’
쌀값 상승 무력화 요인으로


지난해 쌀 수확기(10~12월) 이후 산지 쌀값이 보합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곡 생산량 감소로 공급이 부족한데도 쌀값은 요지부동. 오히려 최근 쌀값은 수확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공비축 산물벼에 대한 정부 이관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확기 이후 쌀값 동향은=2019년산 쌀 생산량은 2018년산보다 3.2% 감소한 374만4000톤(현백률 92.9% 기준)으로 역대 최저 생산량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9월 이후 연이은 태풍 피해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신곡 수요보다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은 즉각 반응하는 듯 보였다. 2019년 9월 기준 전국 평균 가격이 18만6793원(80kg)까지 하락했던 산지 쌀값은 10월 5일자에 19만1912원으로 반등한 것이다. 이도 잠시 대형마트, 온라인 유통채널의 쌀 저가판매 경쟁과 태풍 피해곡 저가 유통으로 다시 약보합세를 타기 시작했고, 공급 부족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9년 수확기(10~12월) 평균가격은 18만9964원에 머물렀다.   

신곡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계절진폭이 예측된 가운데 올해도 계속 보합세가 지속됐다. 1월 평균 가격이 19만85원이었지만 2월 18만9887원, 3월 18만9540원, 4월 18만9720원 등으로 집계된 것이다. 쌀값이 일시 반등하는 등 계절진폭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매번 19만원 문턱에서 주저앉은 것이다. 

▲5월 쌀값이 관건이다=예상과 달리 쌀값이 약보합세를 보이자 농식품부는 지난 3월 10일 공공비축 산물벼 8만231톤 전량에 대해 정부 양곡창고로 조기 이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공공비축용으로 매입한 35만톤 중에서 RPC를 통해 산물로 확보해 놓았던 물량이다. 농식품부는 정부 이관 결정을 발표하면서 “올해는 산지쌀값 안정을 위해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정부로 조기 이관하겠다던 공공비축 산물벼가 아직도 일선 RPC에 보관돼 있다. 이 물량이 산지 쌀값 상승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양곡 관계자들의 지적. 농식품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통계청이 조사한 4월 25일자 기준 전국 평균 쌀값은 18만9720원으로 15일자 18만9668원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1800원보다 1.1% 떨어졌고, 2019년산 수확기(10~12월) 평균 가격보다 낮은 상황이다. 

농식품부 계획대로 3~4월 공공비축 산물벼에 대한 정부 인수가 이뤄졌다면 4월 하순부터 상승세가 가시적으로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산물벼 이관이 5월 하순 완료될 예정이고,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늦어지면서 계절진폭 동력도 꺼진 것이다. 

이로 인해 산지 RPC 등 양곡유통 관계자들은 이달부터 쌀값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단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2019년산 계절진폭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농식품부 계절진폭 약속 잊고 있나=산지 쌀값은 대형유통업체의 쌀 경쟁 입찰과 온라인채널의 무차별적인 가격경쟁이 겹쳐 상승세를 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식자재시장 실종 사태까지 겹쳐 앞으로 쌀 소비가 어느 정도 회복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농식품부가 지난해 쌀농가와 농협RPC 등에 약속했던 계절진폭을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계절진폭에 비중을 뒀다면 공공비축 산물벼 이관을 4월 30일까지 끝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산지 양곡업체간 원료곡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산지 쌀값에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5월 말까지 산물벼 이관이 연기되면서 민간RPC 등 일부 양곡업체들이 원료곡 하락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양곡유통 관계자들은 “계절진폭은 쌀농가와 RPC 그리고 쌀산업 활성화에 중요한 변수”라며 “지난해 농식품부가 단경기 쌀값 19만5000원 안팎을 보장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양곡업체들과 쌀 수급 관련 정보를 계속 공유하고 5월 중순까지 산지 쌀값을 모니터링하며 산지 쌀값이 오르지 않으면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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