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 농촌진흥청이 UAE 사막에서 국산 벼 품종 ‘아세미’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농진청, 수확량 10a당 763kg 
국내재배보다 40% 높지만
바닷물 제염처리 비용 높아
물 절약기술 등 후속연구 계획

농촌진흥청이 사막 환경에서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종의 벼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UAE(아랍에미리트)의 요청으로 추진된 사막지역 벼 실증재배 결과, 수확량이 763㎏/10a로 국내에서 재배했을 때 보다 40% 가량 높았다. 다만, 쌀 생산액이 바닷물을 제염 처리해 사용한 물 비용에 미치지 못해 점적관수와 멀칭관개 등 물 절약 기술들을 적용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4월 29일 브리핑을 통해 UAE 사막지역(샤르자)에서의 벼 실증재배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한·UAE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된 농업기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1890㎡의 사막에 농진청이 개발한 건조지역용 벼 ‘아세미’ 품종을 재배한 결과다.

설명에 따르면 10a당 763㎏의 쌀 생산량이 예상됐는데, ‘아세미’ 품종에 대한 국내 지역적응성시험에서의 평균생산량 538㎏/10a보다 40%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벼 재배에 적합한 풍부한 일사량, 생육단계에 적합한 양분투입과 물 관리 등이 증수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김경규 청장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건조지역용 벼 ‘아세미’ 품종의 재배가능성을 확인하고, 사막 환경에서 파종부터 수확까지 재배 전 과정을 실증하고 체계화한 점과 벼 재배 가능지역을 사막지대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막에서의 실증시험에 앞서 농진청은 인공기상동, 김제 광활 간척지 등지에서 UAE 유사환경의 국내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면서 재배시기와 적합 품종 등을 결정했다. 또한 UAE대학과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사막토양에서의 물 빠짐, 양분흡수 특성 및 생육정도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에 벼 재배관련 기반시설이 거의 없고, 우리나라도 사막 환경에서 벼를 재배한 경험이 없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대표사례가 실증재배과정에 물 빠짐 최소화를 위한 부직포 매설, 알칼리 토양의 pH 관리 등으로 난관을 극복한 것이다. 즉, 농진청은 재배지의 물 빠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양 40㎝ 깊이에 부직포를 매설하고, 지중점적관을 설치한 후 11월 25일 파종했다. 이후 12월 말경 벼 잎이 노랗게 변하는 황화현상이 발생해 토양중화제 처리, 역삼투 정수장치 설치 후 관개용수의 염 농도와 pH를 낮춰서 증상을 완화시켰다. 2월 초에는 벼의 잎 끝이 마르는 생리장해가 발생했는데, 관개용수에 황산을 투입해 pH를 8.2에서 5.0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극복했다.

이렇게 벼 실증재배에는 성공했지만 경제성은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쌀 생산액이 약564만원/ha(국제 태국산 장립종 기준)인데 반해 바닷물을 제염 처리해 사용한 물의 비용이 약2000만원/ha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김경규 청장은 “pH와 염 농도가 높은 UAE의 지하수를 사용하는 방안, 담수재배에 비해 물 사용량을 70%까지 줄일 수 있는 고랑재배와 더불어 포기별 점적관수 방식을 함께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UAE의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UAE 기후변화환경부와 협의해 1차 시험재배결과를 바탕으로 2차 시험재배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물의 pH를 낮추고 염분을 제거하기 위한 기술적용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포기별 점적관수, 멀칭관개 등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기술들을 2차 시험재배에 적용할 계획이다. 끝으로 김경규 청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막에서 벼 재배 가능성을 확인했고, 후속시험을 통해 벼 재배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경우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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