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인간의 위생제조 기준에 맞춘 먹이
진정 반려동물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
고유의 생리현상·본능 존중해야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3조원에 근접하고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펫푸드 시장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보도자료에서 ‘2020∼2024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통한 성숙한 동물보호 및 복지 문화 확산을 위한 6대 분야 26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반려동물 관련 산업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가족들이 펫푸드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축용은 사료이지만 반려동물용은 음식 또는 푸드라고 부르며 조금은 인간과 더 친밀한 명칭을 부여했다. 이는 같은 동물임에도 명칭이 다르고 우리 곁에 두는 목적도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사람 음식처럼 질 높은 펫푸드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해 주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를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그 누구도 펫푸드를 논함에 있어 동물과 사람과의 차이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식품위생 기준으로 동물용 먹이를 만드는 것이 얼핏 보면 굉장히 동물을 배려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실제로 펫푸드라는 이름의 동물용 먹이는 사람용 식품에 버금가는 위생 수준으로 제조되고 있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동물과 사람은 소화기관의 생리적 특성이 같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서 사자나 호랑이에게 먹이를 줄 때는 깨끗한 먹이통에 주지 않고, 고기를 땅바닥에 던져준다. 얼핏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흙이 묻은 고기를 먹음으로써 자연에서 유래한 장내 미생물 균총이 풍부해진다. 사람이라면 분명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겠지만, 동물은 반드시 자연에서 유래한 미생물을 충분히 섭취해야만 한다. 개와 고양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려동물에게 인간의 위생기준에 준해 제조된 먹이를 주는 것이 동물을 존중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동물과 사람의 위생 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아무리 인간이 깨끗한 음식을 준다고 해도 마당으로 나간 개는 땅을 핥는 등 먹이행동이나 놀이행동을 한다.

물론 인간의 식품에 준하는 위생기준을 펫푸드에 적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펫푸드에 미생물이 풍부하게 포함되지 않아도 자연에서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펫푸드에 인간의 위생기준을 적용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펫푸드 시장에서 70% 이상을 수입 펫푸드가 점유하고 있다. 이는 펫푸드의 품질은 인간의 식품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수익률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펫푸드를 위생개념 없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과거 마당에서 기르던 강아지는 상한 음식을 먹고도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적었고 건강했다. 그러나 인간의 생활 규범 안에 들어온 반려동물은 과거에 비해 점점 약한 개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위생개념을 펫푸드에 적용하는 것이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자연에 조금 더 가까운 펫푸드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제라도 농식품부와 관계기관은 펫푸드에 대한 구체적인 위생 또는 제조 기준 마련과 함께 명칭 사용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야 펫푸드 산업도 살리고, 반려동물도 살리는 더 나은 길이 될 것이다. 반려동물의 사회성을 길러 주는 일련의 훈련들이 과연 반려동물을 위한 길인지, 사람을 위한 길인지 필자는 아직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가진 본능은 인간의 규범을 따라야 하는 만큼 많은 부분이 억압할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양측은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본다. 반려동물이 가진 고유의 생리현상과 본능을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것이 가장 동물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펫푸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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