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도지사

여느 때 같았으면 아이들로 한창 떠들썩해야 할 학교가 조용하기만 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교실 안의 책걸상은 주인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육부는 코로나19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학생들의 등교 여부를 결정한다지만, 여전히 집단감염의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아직은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등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아이들의 ‘밥’이 걱정거리가 됐다. 그동안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점심도 집에서 먹게 됐다. 맞벌이 가정이나 취약계층 아동들에겐 특히 문제이다. 덩달아 아이들 급식에 쓰일 농산물을 공급해 온 농업인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한민국의 친환경농업을 이끌어온 전라남도는 친환경농업의 기반을 더욱 확대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지난 2004년부터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식재료 지원 사업’을 펼쳐 왔다. 올해도 570억 원을 들여 2517개 학교 26만2000명의 학생에게 건강한 친환경농산물 식재료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 코로나19로 중단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 전라남도가 아이디어를 냈다.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를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보내면 어떨까?

이에 전라남도는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있는 꾸러미 상자를 만들어 전남 도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특수)교에 다니는 26만 명의 학생들의 집으로 보내는 것이다. 100% 무상이다.

아이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아 좋고, 전남 도내 2만7000여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는 막혔던 판로가 열려서 좋은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가정살림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에 들어갈 품목은 곡류, 채소류, 과일류 등의 친환경농산물 중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고려해 꼼꼼하게 선정한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만족할 만큼 정성을 담은 꾸러미는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각 가정을 찾아가고 있다.

꾸러미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기존에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식재료 지원 예산을 한시적으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배달 사업으로 전환해 사용하기 때문에 본래의 사업 취지는 충분히 살리면서도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개학연기로 사용하지 못한 3~4월 식재료 지원 사업비 104억원을 투입하여 꾸러미를 제작, 배송하고, 오프라인 개학이 5월까지 연기될 경우에는 추가 지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사업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사업시행을 발표한 뒤 충남과 충북, 경기, 경남, 경북, 대구, 전북, 인천 등 지자체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전남도민은 물론 학부모와 농업인들께서도 좋은 사업이라며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서 집에서 밥을 먹는다. 식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학교에 식재료 공급하던 농민들이 걱정을 덜겠다.”, “학교급식 예산으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만들어 배달하는 아이디어가 정말 최고다.”라는 등 누리꾼의 좋은 반응이 여러 신문에 실렸다.

전라남도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중앙정부에 사업의 전국적인 확대를 건의하고, 사업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해나가고 있다.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는 농업인과 학생,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한국은 점차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서로에 대한 깊은 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실천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낸 결과라 하겠다.

전라남도 역시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상생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고 있다. 이번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배달 사업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건강과 행복을, 농업인과 학부모에게는 희망과 기쁨을 줄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고, 모두의 마음에 환환 등불이 켜질 때까지 전라남도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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