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역사적 변천 간직한 곳

복원중인 하동읍성. 옛 하동현의 현청이 있었던 곳으로 정유재란 때에 파괴되었다. 경남 하동군 고전면 고하리에 있다. 1703년 하동현의 치소를 현 하동읍 지역인 섬진강변으로 옮기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진은 읍성의 남문 방향이며, 정면 뒤로 보이는 산은 금오산이다. 중간의 연못은 ‘5개의 우물과 1개의 못’이 있었다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의거하여 성을 복원하면서 조성한 듯하다. 2004년 5월 31일 사적 제453호로 지정되었다.

4월의 마지막 주말, 섬진강변 하동읍 읍내삼거리로 향했다. 지난 달 이맘때 눈부신 꽃잎으로 섬진강변을 물들이던 벚나무는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의 잎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세찬 꽃샘바람과 추위에도 푸른 잎사귀를 흔들며 온몸으로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나무에게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번 구간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는 하동군 읍내삼거리에서 임진왜란 당시 하동현의 치소(治所)가 있던 하동읍성으로 이어진다. 현재 하동군의 행정중심지에서 옛 읍치로 이동하는 행로로, 하동의 역사적 변천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구간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할 당시 하동은 종6품의 현감이 다스리던 하동현으로, 지금의 고전면 고하리 읍성에 현청이 있었다. 그러다가 정유재란 때에 읍성이 파괴되고 난 후, 1702년(숙종28)에 섬진강 일대를 관문으로 삼아야 한다는 고을 사람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진주목 관할이었던 화개, 악양, 진답, 적량 등의 고을을 하동으로 이속하였고, 이듬해에 치소를 지금의 하동읍 두곡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1704년에 도호부로 승격되었는데, 이렇게 해서 금오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고을 하동(河東)이 그 이름에 걸맞게 섬진강을 아우르는 지리산 자락의 큰 고을로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5월 28일.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늦게 출발하여 하동현에 도착하니, 하동현감(신진)이 만난 것을 기뻐하여 성 안의 별채로 맞아 정성을 다해 대접하였다. 그리고 원균이 하는 일에 미친 짓이 많다고 말했다. 날이 저물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변익성도 왔다.[난중일기/노승석 역]

당시 하동현은 경상우수영 소속의 속읍이었고, 이날 만난 하동현감 신진은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 중이던 1596년 3월에 통제영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장군 휘하의 고을 수령이었다. 아마도 장군은 이날 저녁 하동현청에서 머물 계획을 미리 잡아놓고 늦게 출발을 하였던 듯하다. 이동거리가 약 40리 밖에 되지 않고, 양력 7월 12일 한여름의 날이었으니 말이다.

지난 구간 마지막으로 들렀던 읍내삼거리 교차로에서 도로변 섬진강 뚝방길로 올라섰다. 화개부터 이어지던 섬진강테마로드 100리길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하동송림으로 이어지며 끝나게 된다. 백의종군로는 이 길을 따라 걷다가 하동송림 주차장 앞에서 도로로 올라서며 하동초등학교로 향한다. 이어서 하동군청 앞으로 반듯하게 이어지는 길(군청로)을 끝까지 진행하여, 상저구마을 입구 표지석 앞에서 왼쪽 방향 하동교육지원청으로 향한다. 이곳 신기마을 입구에 있는 백의종군 안내 조형물은 오른쪽 신기마을 방향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으나 궁항마을로 이어지는 이 길은 횡천강을 건널 수가 없다. 그래서 정면의 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하동119안전센터 앞에서 옛19번국도(공설운동장로)를 만나 오른쪽으로 향한다. 이 길은 이내 궁항마을 입구와 대석교를 차례로 지나며 횡천강을 건너게 된다. 백의종군로는 이 도로를 따라 고전면 신월리를 지나 한동안 도로를 따르다가, 고전면사무소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지금까지 함께 하던 ‘공설운동장로’를 벗어나 왼쪽의 2차선 도로(늘봉길)를 따라 오름길로 이어진다. 이 길의 고갯마루인 갈록치는 삼거리에서 약 1.4km 거리에 있다. 풍수에 자주 나오는 ‘목마른 사슴(渴鹿)’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고개에는 백의종군로 안내조형물과 정안봉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다.

갈록치에서는 전방 왼쪽 숲 사이로 들어서서 왼쪽 방향으로 크게 휘어지는 시멘트 포장임도를 따라 내려선다. 이 길을 약 30여 분 진행하면 야트막한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는 아정마을에 닿는다. 군데군데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걷기에 좋은 길이다. 정면의 금오산을 바라보며 마을을 벗어나자 오른쪽으로 고전초등학교가 보인다. 백의종군로는 학교 앞에서 고전교를 건너며 ‘하동읍성로’를 따라 오름길로 이어지다가, 경사가 완만한 고개(매국재)를 넘으면 오른쪽 방향 홍평마을로 향한다. 길은 주교천 뚝방길로 이어지고, 배드리공원에 이르면 하동읍성 표지석과 백의종군로 조형물이 서있는 주성마을회관이 지척이다. 회관 앞에서 공사 중인 도로를 따라 산자락으로 약 10여 분 오르면 옛 하동현의 현청이 있었던 하동읍성(남문)에 닿는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이틀을 머물게 된다. 구간 거리 약 17.2km, 휴식시간 포함 6시간 30분 소요되었다. 

/조용섭 협동조합 지리산권 마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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