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오랜 기간 동안 거래제도의 도입 및 확대 문제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도매시장에, 최근 불거진 시장도매인제의 대금정산 불이행 문제로 거래 및 유통문제가 다시 도매시장의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타심 보다는 이기심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 시장거래의 특성상, 거래교섭력이 높은 편으로 이해관계가 일방적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만, 제어되지 않은 이기심이 초래하는 사회적 혼란과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통한 제어가 필수적이다.  

위탁상 시절은, 법적·제도적 제한 없이 자유거래를 하는 위탁도매상이 중심이 되어 소규모 영세 생산자 및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산지에 대해서는 수요독점, 소비지에 대해서는 공급독점의 쌍방독점으로 인해 불공정 등의 문제점과 매점매석 등의 사회적 혼란이 농산물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공영도매시장은, 인적(위탁도매상) 활동 중심 시장의 혼란상 및 문제점과 단절하기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획기적인 변신을 유도하기 위해 설립·운영되도록 설계된 시장이다.

마케팅파워(정보력, 거래교섭력)의 차이가 큰 생산자와 상인 간 직접거래 금지 원칙을 통한 생산자 보호, 상이한 성격의 두 상인 집단 간의 경쟁(수수료상인으로서의 도매시장법인과 차익상인으로서의 중도매인)을 통한 산지와 소비지 이해관계 대변 기능 강화, 대금결제의 신속성·안전성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소비지시장의 대자본의 진입 및 규모화 등에 대한 대응으로 정가·수의거래 등 다양한 거래방식의 도입 등이 공영도매시장의 주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위탁도매상이 중심이 되는 인적 유통구조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중심의 도매시장으로 변화해 왔다는 점이, 도매시장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서구도매시장의 경우에는 도매상 중심의 인적 시장 구조가 산지의 조직화를 통한 마케팅파워 제고로 조정이 이루어진 시장이라고 본다면, 산지의 유통 및 마케팅 기반이 매우 취약한 한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공영도매시장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인 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도매인제는, 과거 위탁도매상 시절에 비해서는 다양한 법적·제도적 지배를 받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의 정보와 거래교섭력에서 매우 취약한 생산자와 정보력과 거래교섭력을 가진 상인(시장도매인)간에 직접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인적 중심의 거래체계로 회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최근 시장도매인제에서 나타난 대금정산불이행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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