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카네이션 최대 대목인 5월 가정의달을 맞았지만 재배면적 감소와 작황 악화, 소비 심리 위축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카네이션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세는 나아지지 않는 등 5월 카네이션 산업에 대한 총체적인 위기감이 팽배하다.


재배면적 감소에 작황 악화
소비 위축·중국산 활개 맞물려
27일 거래량 8215속 그쳐
속당 가격은 7000원 초반대
지난해 비슷한 수준으로 저조

스승의 날 수요도 불투명
어버이날 이후 더 가라앚을 듯


절화류의 경우 일주일에 월·수·금 세 번 경매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의 4월 마지막 주 월요 장(4월 27일) 카네이션 거래량은 8215속으로 지난해 4월 마지막 주 월요 장 1만6281속의 절반 물량에 그쳤다. 2년 전엔 마지막 주 월요 장에 2만5082속이나 거래됐다. 그 전 경매일이었던 금요 장(4월 24일)에도 2678속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 6901속 대비 물량이 급감했다. 전체적인 카네이션 반입량이 계속해서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수입 꽃 증가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와 작황 악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청탁금지법 영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경남 김해 카네이션 농가인 김종진 씨는 “농협 카네이션 보관 창고 물량이 지난해 절반도 안 된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5월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2~3월 가온을 안 한 농가들이 많았고, 5월에 맞춘 농가들은 겨울철 고온 현상으로 꽃이 빨리 피는 등 전체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김영란법 영향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상 aT 화훼사업센터 경매사는 “이번 월요 장에 8000여 속이 들어와 1년 전 절반 정도밖에 반입량이 되지 않았다. 5월 대목에도 예년보다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중국산 등 저가 수입산 물건이 활개를 치면서 카네이션 농가가 버티지 못한 게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5월 시장을 겨냥하려면 그 전년도 9월에 모가 들어가야 하는데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농가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물량이 급감했음에도 시세는 제자리걸음이다. 4월 29일 카네이션 속당 가격은 7000원 초반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시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코로나19 영향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등 5월 시장도 불투명하다는 전망 속에 관망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축소된 데다 시기도 4월 말이고, 등교에 대한 정확한 일정이 없어 스승의날 수요도 장담 못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배갑순 aT화훼사업센터 중도매인연합회장은 “전체적으로 물량이 안 들어오는데 소매상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우리(중도매인)야 샘플이라도 확보해 분위기를 띄워야 해 물량을 구입하지만 전체적인 매기는 잠잠한 편”이라며 “5월 가정의달이라고 해도 연휴가 초반에 몰려 어버이날 이후엔 더 시장이 가라앉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종진 씨는 “예년 같으면 부처님오신날이 5월 중순 이후에 잡혀 어버이날 이후에도 부처님오신날로 대목장이 이어졌는데 올해엔 4월 말인데다 행사도 축소할 것으로 보여 대목이 짧을 것 같다”며 “학생들이 학교를 안 가니 스승의날 행사도 제대로 열릴지 불투명하다. 어버이날 이외엔 특별한 5월 수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네이션 시장의 하락세는 다른 작목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련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박주상 경매사는 “이 정도 물량이면 시세가 고공행진을 벌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사실상 5월 카네이션 시장이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5월 카네이션 시장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이제 카네이션 농가들은 5월 대목만 보고 농사를 지을 순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카네이션 농가들이 줄면 카네이션 자체 산업 위축도 있지만, 작목 전환으로 인한 다른 품목이나 작목으로까지 영향이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른 작목은 제쳐두고 꽃 시장만 봐도 벌써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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