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성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거리두기 끝나고 되돌아 갔을 때 대비
농어업·농어촌에 정책적 관심 더 두고
국민 건강의 원천이라는 것 알려야


춘래불사춘,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다. 요즘에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사방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나무에는 새순이 돋아나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자연의 봄은 이미 왔는데, 우리들 마음은 아직 냉랭하고 활기 없고 우울한 계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도가 아직도 풀리지 않아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사람들의 움직임과 모임을 최소화하고 있으니 경제도 꽁꽁 얼어붙고 서민들의 삶이 매우 우울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눈치 없는 봄은 왔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무심하고 담담하게 훈풍을 불어넣고 새싹을 피우고 온갖 꽃들을 피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농업인들은 묵묵히 논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운전 중에 고속도로변의 논밭을 보면서 지나노라면 우리 농업인들이 겨우내 꽁꽁 언 땅을 잘 갈아서 다시금 저 땅에 푸른 보리, 벼, 각종 채소를 푸르게 자라게 해주는 것에 대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비록 국토가 넓은 외국처럼 대규모의 경작지가 아니더라도 소규모지만 알뜰하게 농지를 가꾸어서 우리에게 쾌적한 녹색환경과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우리의 농업인들에게 새삼 감사하게 된다. 경제성이 좀 없다고 그 일들을 다 포기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정말 삭막하기 그지없는 황무지를 바라보게 될 것이고 우리 마음도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 푸른 숲과 들판을 볼 때 우리의 심신도 치유되고 순화된다. 이처럼 자연과 농업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혜택을 주고 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코로나19로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관광용으로 심은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현장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오죽했으면 정성 들여 가꾸어온 꽃밭을 그렇게 했을까? 진정 농업인 본연의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강원도의 우량 햇감자가 생산되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국내의 전반적 판매와 소비가 거의 중단됐다. 이에 강원도지사가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재배농업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전국에 구매를 촉진했다. 이에 응해 뜻있는 소비자들이 많이 참여해 인터넷으로 몇 상자씩 사 나누어 먹는 현장을 보기도 했다. 올해처럼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라도 해 이 감자뿐만 아니라 다른 우리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먼저 구매하는 약간의 애국심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농업 현장을 한번 나가보면 부족한 인력, 높은 임금 및 농업인들의 과중한 노동 등으로 정말 힘들다. 이렇게 힘들게 생산한 농산물을 그나마 바로바로 구입하고 소비해주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못하고 농업인의 생활도 매우 어렵게 되고 다시 농업에 재투자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다. 최소한 농업인은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정부나 관련 산업체는 체계적 유통시스템을 통해 전량 수매하거나 구매, 판매하고 식품산업체나 단체급식소 및 최종 소비자인 우리는 먼저 우리 농산물을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강력한 사회적 격리가 해제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되면 활발한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이 그동안 억눌렸던 시기의 분출로 더욱 활발해지게 될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도 부진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소비 진작, 시장 활성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활성화 등에 적극 나설 것이다. 집권 여당의 총선 승리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이러한 관련 사업들을 줄기차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금 농어촌이나 농어업 분야에도 특별히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고 농업과 농촌이 국민건강의 원천이라는 것도 알려야 한다. 그래서 건강하고 활기차면서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고 최대한의 문화와 복지기반이 마련되어 많은 젊은이가 농업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농어업 및 식품산업계도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농·축·수산물을 더욱더 위생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제조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합한 고품질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과 식품산업체, 단체급식소 등에서도 우리의 농·축·수산물을 우선 구매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농어업인과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요즘 이 좋은 계절에 산과 들을 보면서 우리의 강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실감하고 새삼 자연의 생명력과 우리의 심신에 주는 정화, 즐거움과 행복감에 감사하게 된다. 이런 기분은 강과 산뿐이겠는가? 차로 1시간만 달려가도 볼 수 있는 툭 터인 싱싱한 바닷냄새가 코끝을 시리게 하는 청정의 아름다운 바다가 또 있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복잡한 업무나 사회적 인간관계 등을 잠시 접어두고 우리의 산과 들 강과 바다에 나가서 자연에 빠져보면 정신이 맑고 고요해져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건강한 심신으로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연환경이 우리의 농축산업, 수산어업의 터전이다. 이를 잘 보전하면서 아름답고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생업인 농·축·수산물의 생산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좋은 품질의 먹거리가 생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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