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40만톤 수입하면서, 국내 생산량 2만톤은 남아 돌아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정부, 국내산 밀 1만톤 수매
지난 3월 16톤 시범판매
7월부터 공공급식 활용 예정
다해도 1000톤 넘지 않을 듯

우리밀-수입밀 가격 차 3배 극복
완충제 역할로 사용 검토 등
안정적 소비, 정부 의지가 중요


우리밀 재고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식량대란 우려가 커지며 각국이 밀 등 자국 곡물 시장을 잠그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선 비축밀 1만 톤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선 연간 240만톤의 밀을 수입하면서도 국내산 밀 연간 생산량은 2만톤에 불과, 그마저도 소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 자급률을 높이고 싶어도 우리밀의 안정적인 소비기반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 1%에 불과한 자급률만으로도 우리밀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국내산 밀이 수요를 찾지 못해 업계의 재고 부담이 가중되자 2017·2018년산 밀을 대상으로 특별 매입을 추진, 국내산 밀 1만톤을 수매했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내산 밀을 비축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무작정 비축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상황. 이에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비축밀 1만톤 중 시범판매로 16톤을 첫 출하했다. 이와 함께 올 7월부터는 비축밀 일부 물량을 군 등 공공급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양을 합쳐도 1000톤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비축밀 90% 이상을 처리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은 비축밀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우리밀 업계는 국내에서 우리밀을 적절하게 소비하고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축한 밀 1만톤을 우리밀의 국내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전체 계획과 함께 맞물려서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비축밀을 어떻게 사용할 건지 뚜렷한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현재 수입밀과 우리밀이 약 3배에 달하는 가격차이가 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완충제 역할로 비축한 밀 1만톤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비축한 밀 1만톤을 군 급식이나 학교 급식 등 공공급식으로 활용해 우리밀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우리밀 생산량이 둘쭉날쭉한 이유 역시 안정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면서 “공공급식을 통해 우리밀의 영농 연속성을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생산량을 토대로 국내 식품업계 문도 두드릴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정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기존 밀 시장을 와해하지 않으면서 신 시장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요했다.

송지숙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과장은 “비축밀 1만톤에 대해선 필요한 시점이 되면 방출을 할 계획이지만,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량 위기가 우려되는 부분도 추가되면서 당장 비축밀을 방출하진 않을 예정이다”며 “기존에 수입밀을 사용하던 업체를 중심으로 향후 우리밀을 사용하도록 유인하고 있으며, 밀은 식량뿐 아니라 사료용으로도 쓰이다보니 소비될 수 있는 여지는 다분하다. 우리밀을 사용할 수 있는 용도 자체가 부재하다기 보단 우리밀의 품질 특성을 고려해 어느 분야로 쓰이는 게 적절한지 고려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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