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의료진,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다른 나라에 본보기가 될 정도로 수준 높은 대응 능력을 보이고 있다. 한 민족의 DNA가 위기 상황에 늘 어김없이 작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이코노미스트(EIU)는 2019 글로벌 식량안보 지수를 발표했다. 조사대상 113국 중 우리나라는 29위에 올랐다. 싱가포르가 1위, 미국이 3위, 중국이 35위였다. 산출 지표는 식량 구매능력과 공급능력, 식품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평가 한다. 순위만 보면 우리도 식량 안보가 꽤 잘 갖추어진 나라로 평가됐다. 이는 언제라도 식량을 자급하거나 수입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갖추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비축제도를 통해 식량(쌀, 밀, 콩)을 모아두고 있다. 혹시 모를 수급 불안, 자연재해, 전쟁 등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국내 식량자급률(사료용 곡물 제외)이 46.7%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농산물 수출국에 우리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최근 3개년(2015~2017년) 평균 23%라는 보고도 있다. 식량무기화가 어제, 오늘 거론된 말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농산물 수출국에서 쌀, 밀 등 곡물과 축산물에 대해 수출금지 조치를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진짜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손을 뻗으면 항상 먹을거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겼는데 식량무기화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머리가 쭈뼛해진다.

농업은 한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해 갑작스런 경제 제재를 가한 일본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기억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산업기초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의 대체를 초고속으로 추진했고, 결국 혁신적으로 대체하는데 성공하며 우리의 저력을 보여줬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정책과 같이 농업도 종자와 종축산업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과감하게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농사의 기본은 씨앗, 즉 종자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에서도 정책적 수단과 R&D(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폭 넒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타 산업에 비해 지원 규모가 크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고유 유전자원인 한우나 토종닭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씨돼지나 씨닭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금이 있다면 언제라도 수입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료나 컨설팅 명목으로 지불을 더 요구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종속으로 고착화 될 우려가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예측 불가한 신종 감염병 등이 발생하면 씨가축 수입 중단은 물론 농축산물도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 식품 수급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사의 기본 핵심인 종자, 종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세계 3대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한 말이 있다. ‘향후 20~30년간 가장 유망한 산업은 농업이다’라고. 지금이 농업, 농촌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적기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의 식량 무기화에 대비한 국내 식량 자급을 목표로 농업의 필수 요소의 하나인 종자, 종축도 자급해 농업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다. 

/강희설 국립축산과학원 GSP종축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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