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인구밀도 낮은 농산어촌 지역
4~5개 시군 합친 ‘거대선거구’
선거구 49개 서울 면적보다 
최소 3.9배~최대 8.9배 달해

영국, 선거구 1200㎢ 초과 땐  
인구기준 적용 예외시키고 
덴마크·노르웨이도 면적 반영
“여야 합의 통해 입법 가능”

21대 총선도 법정시한 넘겨
한 달여 앞두고 선거구 획정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선거구 획정의 기준으로 삼는 인구수가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어 인구기준 외에도 영국 등 해외 사례와 같이 면적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의 특징과 개선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선거구 획정의 주요 내용과 특징, 문제점 등을 짚으며 이렇게 밝혔다.

이 보고서를 쓴 김종갑·허석재 입법조사관은 “이번 선거구 획정에서도 일구밀도가 낮은 농산어촌 지역에서 4~5개의 시군을 합쳐서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하는 이른바 ‘거대선거구 문제’가 여전히 나타났다”며 “이들 거대선거구는 49개의 선거구가 있는 서울의 전체 면적(605㎢)보다도 적게는 3.9배에서 최대 8.9배나 넓다”고 지적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선거구 획정은 논란과 혼선을 빚었다. 선거일 13개월 전에 국회의장에 제출하도록 한 법정시한은 어김없이 지켜지지 않았고, 선거 불과 한 달여를 앞둔 3월 7일에야 겨우 확정됐다.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지연 문제와 더불어 강원과 경북의 일부 지역에서 거대선거구가 또다시 탄생하기도 했다. 강원의 동해·태백·삼척·정선(2891㎢), 속초·인제·고성·양양(3042㎢), 전남의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2364㎢), 경북의 영주·영양·봉화·울진(3678㎢), 군위·의성·청송·영덕(3376㎢) 등이 해당 선거구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다수의 거대선거구가 출현함에 따라 강원과 경북의 지역대표성은 다른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선거구 획정에 있어 인구기준 이외에 면적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현재는 인구 기준만을 엄격하게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거대선거구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처럼 면적을 선거구 획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선거구 획정에서 선거구의 크기가 1200㎢를 초과할 경우 인구기준 적용의 예외로 하며, 최대 1300㎢을 넘지 않도록 한다. 캐나다도 인구밀도가 낮은 선거구에 대해 인구편차기준 ±25% 적용을 예외로 두고, 덴마크·노르웨이 등 도서지역의 비중이 높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역시 권역별 의석 할당 시 인구수뿐만 아니라 면적을 반영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이들은 “선거구획정에서 인구수는 투표가치의 평등원칙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인구수라는 일면적인 기준 적용으로는 도시지역에 비해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면서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등의 사례에서처럼 면적을 선거구 획정에 반영하는 방식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인구수 대비 면적 요인을 반영할 때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적용할 것인지는 여야 합의를 통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획정위의 최대·최소선거구간 인구범위 조정이 일정한 허용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선거구제, 인구편차기준의 엄격성, 도농간 인구편중 등을 고려할 때 인구범위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과도하지 않은 범위 이내로 인구범위 조정의 한계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또 선거구 획정이 법정시한을 넘겨 매번 늦어지는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 “획정위의 획정안 제출기한을 현행보다 앞당기고, 획정위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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