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참여 유인 미약…인센티브 확대해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한·중FTA의 국회 비준 당시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도입, 민간 기업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농어촌상생기금)의 활성화를 위해 총체적인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기금 출연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 출연 기업과의 협력 사업에 대한 정부예산 매칭 지원, 기금 운영 거버넌스 개선, 기업의 사업 연계성과 밀접한 협력사업 발굴 등이 요구된다. 한국스마트휴먼테크협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 연구용역보고서(책임연구위원 남재작)에 이 같은 내용이 실렸다.


올해 4년차, 10년간 1조 조성목표
지난 3년간 출연액 731억원 불과
기업상생기금은 8년차 1조 돌파 '대조'
경영평가 우대·정부 매칭 지원 덕분

#현황은


농어촌상생기금은 2015년 11월 한·중FTA 비준 당시 여야정이 합의했고, 2016년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2017년 시행돼 올해 4년차를 맞았다. 하지만 ‘매년 1000억원씩·10년간 1조원 조성’이라는 도입 목표에 크게 못 미치며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출연금의 상당 부분을 공기업에 기대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조성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2017~2019년 3년간 출연액은 731억7428만원으로, 3년 합산 목표치인 3000억원의 약 24% 수준에 불과하다. 공기업이 88.6%, 민간기업이 11.3%를 차지해 대기업 등 민간기업의 출연이 저조한 실정이다. 2017~2019년 참여기업은 78곳이다.

기금 종류별로는 지정기금이 전체 기금의 약 98.3%를 차지해 대부분의 상생기금 사업이 출연 기업에 의해 기획되고 있다. 2017~2019년 기금을 활용한 사업실적은 489억9011만원이다. 이중 지역 활성화사업이 55.2%를 차지했고, 공동협력사업 24.5%, 복지증진사업 15.2%, 교육장학사업 5% 순이다.

기금 활성화를 위해 20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적극 나서 국정감사장에 대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기업 대상의 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참여를 독려했지만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부 책임론’도 계속됐다. 이렇다보니 20대 국회 내부에선 “여야정 합의 당시 정부와 국회가 농어민을 기망한 것”이라는 비판 섞인 성찰이 나오기도 했다.


#출연 저조 이유는

▲인센티브 미흡=우선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타 기금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은 타 기금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기업상생기금)이다. 농어촌상생기금이 3년간 누적 출연금이 731억원인 데 반해 기업상생기금은 같은 기간 동안 5084억원을 모금해 7배 차이를 보였다. 조성 8년차인 2018년 누적 출연금액이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비교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인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24년까지 기업상생기금 신규 1조원을 추가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참여 온도가 판이하게 갈리는 이유 중 하나를 인센티브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출연기업 대상 정부의 인센티브는 △세제 혜택 △동반성장 평가 시 우대 △매칭자금 지원 △포상 등 기업홍보 등인데, 4가지 중 동반성장 평가와 매칭자금 지원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동반성장 평가의 경우 기업상생기금이 대기업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 산정 시 2점을 부여하는 데 비해 농어촌상생기금은 1점 가점 부여로 낮다.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 평가 시에도 기업상생기금은 대기업에 7점을 부여한다. 반면 농어촌상생기금은 이 근거가 없다. 공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중소기업 지원계획 및 추진실적’ 평가 시 기업상생기금이 4점, 농어촌상생기금이 1점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동반성장 평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대기업 및 공공기관이 동반성장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을수록 대기업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가 면제되고,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등의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매칭 지원의 유무도 차이가 난다. 기업상생기금의 경우 민간기업이 출연하면 정부가 일정 비율로 예산을 매칭 지원해주는 법적 근거가 2017년 11월 마련돼 기금 출연액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온 반면 농어촌상생기금은 이런 근거가 없어 기업의 참여 유인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해당 근거가 만들어진 다음 해인 2018년 한 해 동안 기업상생기금 출연액은 2000억원을 넘었다. 두 기금의 인센티브를 단순 비교하면 농어촌상생기금의 유인 동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사업 연계성도 부족=정부의 정책적 인센티브 이외에도 대기업들은 자사의 재무적 성과와의 연계성이 높은 기업상생기금 출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식품기업 등 특수한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출연기업이 전략적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기부행위를 순수비용으로 인식해 농어촌상생기금에 출연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기업 출연 관련 정부 매칭 지원근거 마련 시급
모금-집행부문 달라...분절화된 거버넌스 개선해야
기업 사업연계성 초점, 기업-농업계 협력사업 발굴을


#활성화 방안은

▲제도 개선=농어촌상생기금 출연에 따른 인센티브를 최소한 기업상생기금과 동일하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관련법을 개정해 민간기업 출연에 대한 정부의 매칭 지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지난해 정운천 미래한국당(전북 전주을) 의원이 정부도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법률을 개정해 정부의 출연이나 매칭이 가능하도록 해 사업의 규모와 파급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기업의 기금 출연 활성화뿐만 아니라 기금 사업의 내실을 기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거버넌스 개선=농어촌상생기금은 ‘FTA 농어업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 기금을 운영하는 조직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 조직 운영에 관한 사항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운영본부를 관장하는 대·중소기업·농어업 협력재단의 이사장은 동반성장위원장이 겸직하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은 대·중견기업계 10명, 중소기업계 10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농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기업상생기금은 중기부, FTA 이행지원기금은 농식품부로 관리 및 운영체계가 일원화된 반면 농어촌상생기금은 모금과 집행 부문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사업개발 등 일부 사업에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모금 및 운영 주체, 수혜대상 부처의 불일치 및 기업 관점에서 기업상생기금과의 차별성 부족은 기금을 모금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라며 “분절화된 거버넌스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수혜처 소관인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농식품기업의 참여를 우선적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양한 사업 발굴=기업 맞춤형 사업 발굴도 중요하다. 기업과 농업계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기업의 기술 및 사업화 역량을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연계되지 않는 복지 성격의 전통적인 CSR 사업은 한계가 있어 출연 기업의 사업과 관련이 높은 지속가능한 사업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운영주체의 사업 역량 강화와 정부의 역할 확대 측면이 더해져야 하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운영본부의 사업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농식품부도 농식품 관련 협회 등과 협업을 통해 신규 사업을 개발 또는 홍보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