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농산업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코로나19의 칼바람 속에 폐업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상인들을 위한 ‘착한 임대료’에 이어 ‘착한 소비’운동이 뜨겁게 불고 있다. 

착한 소비운동은 학교 개학 연기와 외식 감소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농민들을 돕기 위해 시작됐다. 이를 위해 전국 각 지자체들이 지역 농·축·수산물의 판로를 개척해주거나 직접 구매에 나섰고,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판매, 강원도 SNS를 통한 감자 판촉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지자체에 이어 교육청, 농협, 주민공동체까지 참여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중앙정부도 공공기관과 연계해 지난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지갑을 먼저 열기로 했다. 살 것을 앞당겨 구입해 피해 업종을 돕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본래 착한 소비란 합리적 소비에다 윤리적 부분까지 포함된 것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물건을 고를 때 그 물건의 가치와 가격을 비교해 사게 되는데, 이때 가장 만족스럽게 구입했다면 이를 합리적 소비라고 말한다. 여기에 이 물건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정당한 가치가 주어졌는지, 지구를 보호했는지 등 윤리· 도덕적 의미까지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착한 소비는 공정무역의 개념까지 포괄하게 된다. 지구촌의 환경을 해치지 않고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정당한 노동력에 적정한 임금을 지불한 상품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착한 소비를 뛰어넘어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 추세다. 올바른 생산과정 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고 처분하는 과정까지 접근한 광역적 개념으로, 올바른 소비가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생산자, 지구 환경, 미래세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것까지도 고려하자는 움직임이다. 국내는 아직 ‘착한소비’와 ‘윤리적 소비’를 혼용하고 있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윤리적 소비’가 오히려 일반화돼 있다.  

따라서 전국 곳곳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착한 소비운동을 단순히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민들을 돕는다는 경제적, 지원적 접근을 뛰어넘어 환경보전, 농촌경관 제공, 전통문화 유지 계승, 식량 안보 등의 우리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원적 기능과 함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다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농산물 소비촉진의 촉매제로의 역할을 뛰어넘어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연대와 협동의 사회적 경제로 나아갈 수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착한 소비운동으로는 작금의 상황을 근본적으로는 해결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범국가적 총체적 위기, 긴급 재난상황이다. 더욱이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농업계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협적이다. 졸업식과 입학식 중단에 따른 화훼농가 피해에 이어 학교급식 중단으로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던 친환경농민들은 물론 급식업체, 가공·배송업체, 수출업체 등 연관사업도 전 방위적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농번기임에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연기로 인력난 또한 심각하다.  

더욱이 이달부터 일반 농산물 출하가 본격화될 것이다. 예년보다 기상여건이 좋아 농작물 생육이 빨라지고, 조기출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칫 홍수출하에 따른 수급 불안정, 가격 폭락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이렇다보니 이제까지 내놓았던 대책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농업분야 피해대책 ‘4대 핵심 기조 및 10대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친환경 및 먹거리 진영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를 위한 첫 단초는 1차 추경에서 배제됐던 농업부문 피해대책을 2차 추경에 포함시키는 일이다. 더 이상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서 농업부문을 소외시켜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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