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김경미

조리·서빙·배달하는 사람 등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많은 이들의 노력 연결된 결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염경로를 파악하는 역학조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역학조사란 질병의 원인과 분포, 전파경로, 감염 위험요인, 발생 지역이나 집단의 특성을 조사하는 것(다음 백과사전)으로 일반인에게는 확진자의 동선으로 안내된다. 즉 확진자가 이동한 경로와 머물렀던 장소, 시간이 공개되는데 이 정보를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이 대체로 어느 곳을 다니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고 그 접점을 이어 그으면, 그것이 바로 사회적 연결망이 된다. 개인의 사회적 연결망이 나타나는 것이다. 확진자들이 지나간 상점은 예방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영업이 정지된다. 그래서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즉 개별적인 행동(개별 요소)이 사회적 의미(전체 사회의 연결망)로 이해되는 지점이다. 여러 사람이 서로 연결돼 살아가는 복잡계가 바로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란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기술도, 첨단제품도 없다.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 하는 일은 단순할 수 있지만, 여럿이 연결되는 사회 전체는 복잡한 행동을 만들어낸다. 물 분자 하나는 딱딱할 수 없다. 물 분자 사이의 연결구조가 얼음의 딱딱함을 만들어낸다(김범준, 2019. 관계의 과학).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사회도 서로 소통하며 연결해 만드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소통하는 사회연결망 구조는 어떤 것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부의 불평등이나 대박 영화의 행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코로나 대응은 어떻게 가능한지? 채소를 모아서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은 다양한 채소의 특성을 살려서 하나의 조합을 이루는 모습이 우리 사회와 같다는 어느 초등학생의 말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조차도 단 하나의 요소로 가능하지 않다.

밥의 재료인 쌀을 보자. 쌀을 의미하는 한자 미(米)는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여든여덟 번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집에서 밥을 한다면 밥하는 사람의 손길을 거치면 된다. 식당에서 먹는다면 조리원이 해놓은 밥을 먹는다. 이때는 밥을 하는 사람, 밥을 서빙하는 사람의 손길을 추가로 거친다. 가정식과 별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식당을 개업해야 하고 메뉴를 정해야 하고 다시 메뉴에 맞는 음식을 하고 누군가는 그 음식을 사 먹어야 유지되는 경영의 과정이 있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로 외식이 줄면서 외식업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업인도 어려운 것 아닌가.

온라인 구매로 들어가 보자. 식당이 존재해야 하고 만들어진 음식을 집까지 배달하는 사람이 추가된다. 거기에 앱이나 통신을 통해 주문해야 하니 이에 관계하는 사람이 있다. 배달하기 위한 원동기 장치(오토바이나 스쿠터 등)가 있고 연료를 대야 하니 또 이에 관계한 사람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방식의 변화는 우리 사회 구조와 우리 삶의 변화를 수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여러 사람의 정성과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역시 다른 많은 이들의 노력이 연결된 결과다. 그럼에도 배달 음식을 받아먹는 사람은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분리돼 하나의 요소로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 마치 주문을 통해 음식이 그냥 나타난 것처럼.

그러나 생태계에서 한 종의 생존도 다른 모든 생명과의 관계에서만 가능하고, 개별 요소나 주체를 봐서는 보이지 않던 현상이나 원인이 서로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하나의 현상이 많은 현상이나 주체와 연결되면서 질적으로 다른 현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복잡계라 한다. 그러나 그 표현은 매우 개별적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에 접속할 때 개인으로 인식한다. 온라인 속 연결망을 통해 사회 속에 있는 ‘나’라는 존재를 확인한다.

우리 삶의 전체로서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서로의 연결과 소통에 달렸다. 연결이 우리를 만든다. 이번 코로나 대응을 계기로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사회의 관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음식을 먹기까지 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우리 가족, 우리 사회의 모습과 관계를 조망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를 통해 나를, 너를,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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