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김경욱 기자]

▲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사진 가운데)이 지난 8일 충남 천안과 경기 안성의 배 저온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차관은 인공수분 등 응급 복구 추진 상황을 점검한 뒤 “정부 차원의 재해 복구비를 지원하고, 보험가입 농가에 대해선 신속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성지역 80% 이상 날벼락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

영양제 투입도 소용없고 
인공수정 시도조차 어려워
꽃망울 열매 맺는 5~6월 돼야 
정확한 피해규모 산출 가능

▶재해보험 기대 어려워
작년 냉해로 보상 받은 농가
올해 지원규모 줄어 ‘울상’


겨울과 초봄 고온 현상으로 배꽃이 빨리 핀 시점에 최근 꽃샘추위가 찾아와 전국 배산지에 저온 피해(냉해)가 발생했다. 지역과 지형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다르지만 저온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배 농가가 저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9일 집계 기준 배 4136ha를 비롯해 과수 분야 냉해 피해가 6714ha에 달한다. 현재도 계속 집계 중이고 냉해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농협, 지자체에선 피해 규모 파악과 함께 냉해에 따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산지에선 냉해에 대한 재해보험 규모가 실질적으로 줄어들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 산지는=본격적인 과수 개화기를 맞은 경기 안성·평택지역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꽃샘추위로 꽃봉오리 암술 씨방이 검게 변해 죽는 냉해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5~6일엔 최저 기온이 영하 7℃까지 내려가면서 대다수 배꽃이 흑변 괴사 하는 등의 동해를 입었다.

경기도내 최대 배 생산지인 안성은 총 905㏊ 재배면적 중 80% 이상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평택(1.5㏊) 등 기타 지역(145.5㏊)까지 더하면 현재 도내 피해 총 규모는 1052㏊에 달하고, 조사가 계속 진행 중에 있어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안성 일죽면에서 2만4000㎡(800그루) 규모의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전예재 씨는 “30년간 배 농사를 지어왔지만 이렇게까지 4월 기온이 낮고 냉해가 컸던 적은 처음”이라며 “냉해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면 영양제를 투여하거나 꽃가루를 인위적으로 투입해 인공수정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거의 모든 꽃이 피해를 입어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5~6월께 살아남은 꽃망울들이 열매를 맺어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겠지만 올해 수확량은 10%도 안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평택 진위면에서 6600㎡(2000평)의 배 농사를 짓는 장학수 씨는 “꽃눈이 100% 얼어 죽었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지만 열매 결실은 힘들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며 “예전에도 동해를 입었지만 그때는 꽃이 개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나마 피해를 입지 않은 꽃 2~3개로 열매까지 결실이 됐는데 이번에는 꽃봉오리 전체가 피해를 입어 열매 결실은 힘들 것 같다”고 낙담했다.   

이는 안성·평택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배 산지에선 재해보험에 대한 문제점과 우려도 지적하고 있다.

전남 영암에서 2만6400㎡(8000평) 규모의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기 씨는 “올해는 유독 꽃이 일주일 이상 빨리 핀 상황에 지난주 금요일(7일)부터 이번 주 월요일까지 계속해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냉해 피해가 유독 컸다”며 “특히 예전엔 농가들이 왕겨에 불을 지펴 냉해에 대비했는데 요즘엔 환경 문제로 불을 피울 수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 지난해 냉해로 보상금을 받은 농가가 올해 또 냉해를 입었을 경우 받게 되는 재해보험 지원 규모도 줄어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균 천안배원예농협 과장은 “천안 지역은 지형에 따른 피해 규모가 다르지만 배를 재배하는 거의 모든 농가가 피해를 봤다”며 “올해 꽃이 빨리 피며 냉해에 대해 대비를 하라고 했지만, 사람으로 치면 꽃은 아기나 마찬가지로 워낙 연약해 봄철 냉해에 대비한다고 해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관련 기관 대책은=배 저온 피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열매솎기 후 지자체의 정밀조사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재해 복구비를 지원하고 보험 가입 농가에 대해선 보험사를 통해 신속한 손해 평가 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농협도 같은 날 이번 냉해와 관련 △농협케미컬을 통한 착과 영양제 50% 할인 공급 △피해복구 지원 예산 30% 선지급 △피해 규모에 따른 무이자 자금 지원 △피해 축소를 위한 꽃·열매솎기 조정 지도 및 추가 수분작업 지원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지자체에선 관련 대응에 분주하다. 안성시에선 냉해가 발생한 과수 농가를 위해 긴급 예비비 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농어업재해대책법에 의한 안성시 전역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14일까지 피해 조사를 벌여 재난 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긴급 편성된 예비비는 과수 인공 수분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공수분용 보조장치 공급과 꽃가루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안성시는 냉해 피해 시 읍면동사무소에 반드시 신고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인공수분을 2~3회 실행하는 등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줄 것을 피해 농가에 당부했다. 평택시도 빠른 시일 내에 피해조사를 완료하고 구체적인 피해농가 대책을 마련할 방침에 있는 등 지자체에서 관련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장희·김경욱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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