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는 8일 대전충남우유조합에서 회의를 갖고 학교우유급식 중단 등으로 침체된 우유 소비를 활성화 할 방안을 모색했다.

3월 1~29일 하루 원유사용량
전년대비 평균 123톤 감소
잉여량 급증에 적재율도 ‘쑥’ 

급식용 우유, 치즈·분유 생산
30% 할인 등 자구책 마련에도
경영부담·수익성 지속적 악화

“학생 집으로 멸균유 배달 등
정부 차원 대책마련 나서야”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우유급식이 한 달 넘게 중단되면서 잉여우유를 처리하기 위해 낙농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낙농 관련 조합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회장 맹광렬)는 8일 대전충남우유조합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유소비 활성화를 위한 홍보기금을 조성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낙농산업의 위기 속에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자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29일까지 일일 평균 원유사용량은 5126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23톤 감소했고 잉여량은 26.8% 증가한 814톤으로 집계됐다. 저유조(원유 저장용기)의 적재율도 3월 둘째주 71.7%, 셋째주 76.6%, 넷째주 77.3%로 매주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연기와 외부활동 자제 등으로 유제품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주요 조합들(서울우유·부산우유·임실치즈·제주축협·충북낙협)의 3월 분유·치즈 매출은 332톤으로 지난해 3월(403톤) 보다 17.6% 감소했다. 반면 분유·치즈 재고량은 3월 말 기준 3217톤으로 2019년 말(1693톤)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월 말(2750톤)과 비교해도 약 17% 증가했다.

이에 조합들은 학교급식 등에 사용됐어야 할 우유를 치즈 또는 분유로 생산하고 있고 드라이브스루 판매(부산우유), 30% 할인행사(제주축협), 꾸러미 판매(임실치즈농협) 등 우유 및 유제품 소비를 늘리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영부담과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실제 우유 1리터(2500원)를 분유 또는 치즈로 생산해 판매하면 각각 800원(80g), 1870원(100g)으로 수익성이 저하된다. 여기에 우유 소비를 위한 할인 판매, 증정판매 등도 진행되면서 조합들의 매출총이익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기약이 없다는 점은 낙농업계의 한숨을 더 깊어지게 한다. 19일까지 연기된 학교 개학의 추가 연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래수 부산우유 조합장은 “유업체들은 잉여된 우유를 버릴 수 없어 멸균유로 생산해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지면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지금 마트는 유업체들의 우유 할인 전쟁터”라며 “남아도는 우유를 어떻게든 밀어내야 그나마 손실을 덜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설동섭 임실치즈농협 조합장은 “치즈 판매가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전년대비 200톤 증가했다”며 “재고량이 앞으로 얼마나 더 증가할지 모르는데 자칫 조합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우유 소비 부진이 장기화돼 유가공조합들과 유업체들의 경영이 더욱 악화된다면 낙농가까지 그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낙농조합장협의회는 조합당 500만원 또는 1000만원의 홍보기금을 거출, TV·라디오 광고 등을 통해 우유소비촉진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낙농조합장협의회는 또 낙농산업이 원유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낙농가들도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우유소비 운동에 동참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원유 수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농가들의 분유 또는 멸균유 구입 등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조합장들은 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낙농업계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관망만 하고 있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유가공조합 경영자금 지원, 분유가공처리 시설지원, 우유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손실보전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맹광렬 회장은 “유업체마다 전부 끼워 팔 수밖에 없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3억엔을 긴급 투입한데 비해 우리 정부는 23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용관 경북대구낙협 조합장은 “2011년 우유를 시중에 비싸게 팔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의 MOU를 통해 학교급식으로 공급했다”며 “지금은 반대 상황인 만큼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해정 전남낙협 조합장은 “학교우유급식은 중단됐지만 이미 관련 예산은 수립됐다”며 “해당 예산으로 (집에 있는 학생들에게) 멸균유를 배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나서준다면 지자체도 원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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