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안형준 기자]

▲ 농촌 현장서 느낀 점들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준 <농촌2030, 그들이 사는법> 4명의 필진. 사진 왼쪽부터 박다니엘(전남 영암·귀농 3년차), 김예슬(경남 합천·귀농 7년차), , 김현희(전북 순창·귀농 5년차), 이아나(전남 구례·귀농 3년차) 씨.

농촌인구 고령화와 젊은 농업인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정부가 청년창업농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지우선임대와 최장 3년간 영농정착금을 지원하는, 어쩌면 획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책지원과는 달리 농업 현장의 2030세대는 ‘농사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힘든 현실’과 ‘2030세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좁지 않냐?’지적을 내놓고 있다. 

창간 40주년을 맞아 본보 <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을 통해 매주 농업·농촌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4명의 ‘2030 청년농’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 2030세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사만 지어 먹고 살기 힘들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손 내밀면 도와줄 어른들 있어

빚내서 농지 사자니 부담 크고
청년농 지원사업은 겉돌아
다양한 형태의 농사방식 존중
농촌서 살 수 있게 뒷받침 돼야

#“불편한 거요? 많죠!”


△30분 내 보건·보육·소매 등 기초적인 생활서비스 △60분 내 문화·교육·창업 등 복합서비스 접근 보장 △5분 이내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 구축. 이른바 3·6·5생활권을 오는 2022년까지 구축하겠다는 정부. 2030 청년농들이 보는 현재의 농촌지역 정주여건은 어떨까?

“건강할 땐 불편하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몇 번 아파 보면서 농촌에는 기초적인 복지가 안 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김현희 씨. 그는 “지역 의료시설을 직접 이용해보니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면서 “지역 사람들도 아프면 처음부터 대도시로 간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농촌에서 의료문제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다니엘 씨는 지역 과소화까지 걱정했다. “의료 같은 경우도 KTX로 아예 서울 큰 병원으로 가는 상황이다 보니 지역에는 물리치료시설 정도만 남게 됐다”면서 생활권에 대해서도 “면소재지에서 목포로 가는 좌석버스가 있다 보니 생활권이 목포이고, 영암 북쪽으로는 나주혁신도시가 경계라 나주가 생활권”이라며 지역 과소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아나 씨와 김예슬 씨는 교통 문제를 지적했다. 이아나 씨는“할머니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며 “우리 마을에서 읍내까지 8km인데 택시를 타면 1만5000원정도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 마을은 버스가 다닌다는 이유로 1000원 택시사업에 해당되지 않아서 어르신들이 비싼 돈을 들여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을에 하루 버스 4~5대가 들어오고, 택시를 타면 조금만 가도 1만원이 든다”는 김예슬 씨는“운전을 못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걷는 것을 좋아해서 1~2시간 거리는 걸어 다닌다”면서 “버스시간도 자주 바뀌면서 어르신들이 못타는 경우도 있고, 또 버스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교통 불편이 크다”고 했다.


#역시 땅 문제

땅 문제로 들어가면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진다. 농지은행을 통해 2030청년창업농에게 우선적으로 농지를 임대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할뿐더러 그마저도 논이 대부분이고, 세대별 지원 불평등과 기존 전업농과의 마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현희 씨는 “농지은행에서 청년에게 우선 임대를 해준다고 하니까 청년들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타작물재배를 하도록 하면서 논에서 벼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니까 문제”라고 했다. ‘논에 논작물을 심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것.

농지를 매입해야 할 지 여전히 고민이라는 이아나 씨는 “여기저기 조금씩 농지를 빌려 다양하게 농사를 짓는다”면서 “내 농지를 갖고 싶지만 빚을 내서 사야하는 터라 결정이 쉽지 않다”며 현실적 고민을 털어놨다.

박다니엘 씨는 2030 문제에서 한발 더 나가 최근 귀농이 많은 은퇴농과 기존 40대 이상의 후계농에 대한 고민도 깊다. 그는 “청년창업농 정책이 진행되면서 농지임대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40~50대 귀농인과 기존 쌀전업농과의 마찰이 있다”면서 “청년창업농은 그나마 정부차원의 배려가 있는데 이 세대들에 대한 지원은 없다. 농촌사회가 원만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40~50대 농민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업농? 글쎄요”

2018년 기준 농가소득 4206만6000원. 이중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7%로 1292만원이다. 농사만 지어서 벌어들인 수익 1292만원. 2030청년창업농에게는 이마져도 큰 금액이다. 그래서 물었다. ‘농사만 지어서 살 수 있겠느냐?’고. 공통답변은 “불가능 하죠”였다. 그래서일까? 모두 다른 일을 함께 하는 있다.

김현희 씨는 “귀농할 때 목표는 내 노동력만으로 계절별로 수익을 나는 작물들을 심어 1년을 돌리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두릅으로 시작해 참깨, 들깨, 고구마를 심고 양봉도 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한 영농조합법인에서 일을 하면서 농사일을 줄이고, 주말에는 다른 농가의 일손을 도우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업농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그는 “하지만 지역에는 나처럼 바쁜 시기에 일손이 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렇게 일을 돕다보니 오히려 더 많은 농사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형태의 농사도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일손을 돕는 게 농사보다 벌이가 나은 것 같다”면서 그는 “정부의 청년농 정책이 전업농으로 너무 경도돼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청년들의 미래는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현희 씨는 청년창업농에게 지원되는 영농정착금 수령도 수령 4개월만에 포기했다. 영농정착금을 받은 기간만큼 의무영농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귀농했을 때는 벌이가 없어서 이전 일하던 곳으로부터 아르바이트 일을 받아 생계를 꾸렸었다”는 이아나 씨. 그는 “지금은 이곳저곳 몇 백 평씩 땅을 빌려서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김현희 씨와 달리 이아나 씨에게 영농정착자금은 요긴하다. 하지만 3년 후 지원이 끝나는 시점에 대한 걱정은 크다. “봄에는 고사리 따기, 여름·가을에는 고추와 늦가을 겨울에는 감과 밤을 수확해서 주로 지인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하면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그는 “다행히 청년창업농으로 선정이 되면서 영농정착지원금을 받게 됐고 정착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원이 끝났을 때 정착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후를 생각하면 걱정은 여전하다”고.

영농정착금이 초기 창농한 청년농업인들에게 도움은 되지만 이보다는 실제 이들이 농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농지·농산물 가격 정상화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대목으로 보인다.

“봄철에는 쑥차를 만들어 밭농사 투자비용을 마련한다”는 김예슬 씨도 농사 이외에 원고쓰기와 웹디자인 등의 부업을 하고 있다. 그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지난해 가족이 돈을 빌려 땅을 산 것. 지인들이 무이자로 빌려준 것이어서 이자 걱정은 없다지만 ‘어떻게 갚을까?’를 가족 모두가 고민하고 있다고. 이자 없이 빌린 돈도 걱정인데 정책자금을 빌려 농업에 투자한 2030의 부담이 ‘얼마나 클지’를 짐작하게 한다.

박다니엘 씨는 부친이 지역에서 친환경 벼농사를 지어 왔다는 점에서 기반 없이 창농한 2030과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하지만 그도 “아이들이 생기면 5개 정도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탄소인증농산물심사원 자격증을 따서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계속 만들어서 수입구조를 다양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사만으로 경제적 자립을 하는 것은 힘들다”는 그는 “상품 중에 유일하게 생산자가 가격을 매기지 못하는 것이 농산물이라는 점에서 농사만으로 생활할 정도의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스스로의 선택인 만큼 조언을 하긴 어렵다”면서도 이들은 “농촌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도시와 다른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김예슬 씨는 “같이 삶을 일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마을에 있다는 것, 비록 한 사람인 ‘나’이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내밀면 도움을 줄 어른들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농촌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다. 청년 농민들이 곳곳에 있고 이들에게 힘을 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에 귀농 귀촌은 충분히 시도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희 씨는 젊은층의 귀농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부지런하거나 어르신에게 싹싹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아도 농촌에 살 수 있다”며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귀농한 청년들을 있는 그대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시공간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서 농촌을 택했다는 이아나 씨는 “이전 직장의 후배들이 집에 자주 놀러오는데 이들에게 섣불리 귀농하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농사만 짓지 않고도 살 수 있고, 또 농촌에서의 삶을 결정하고 내려오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긍정의 힘을 보탰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크지만 청년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이들.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를 봐 달라”는 이들. 농업과 농촌사회에 청년이 필요한 이유가 ‘온전히 농사만 지을 사람이 필요한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이들보다 좀 더 나이 든 어른들이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정책 담당자도 함께. 간담회를 마치고 생각해 본다.

이진우·안형준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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