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장에서 듣는다

[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농가가 가격결정권·수량조절권 없어
합리적 가격결정에 언론이 나서주길

“우리 한민족은 5000년이 넘도록 먹거리 자급자족을 실현하지 못하고 배고프게 살아오다가 불과 40년 전에 이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기본적인 쌀을 해결한 것이고 아직도 전체 식량의 7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며 위태위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토마토 농사 1만3000㎡를 경작하고 있는 한농연춘천시연합회 조한천 회장은 지금의 농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자국의 식량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단행되고, 식량유통의 길이 막혀 식량대난이 발생하면 우리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정부는 식량의 중요성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보상조치로 농업을 육성하고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해 농업기반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는 반대로 농업예산은 줄이고 다른 나라와 무역을 증진시킨다는 명분으로 FTA를 확대해 수입 농산물의 홍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조 회장의 생각이다.

조 회장은 “농업은 한 번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구축하는데 5∼10년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농업인들도 변화된 유통구조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도록 생각을 바꿔야 수입농산물에 익숙한 신세대 소비자들의 관심을 우리 농산물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빵과 패스트푸드, 커피 등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농산물 소비 형태를 의식하며 생산과 유통을 계획해야한다고 조 회장은 강조한다. 농업 기관 중 농협은 특히 농업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출자해 만든 자조적 기관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조 회장은 “농협 설립 당시의 목적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고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직원들이 생각하는 농협은 금융업을 하는 단순한 은행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라며 “농협의 신용사업은 농업인들의 생산과 판매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수단인 만큼 직원들은 농업과 농업인들을 지원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업 관련 언론기관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시대적 사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 회장은 “공산품은 생산해 판매하는 주체가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는데 농산물은 대다수 도매시장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과 수량 조절권이 전혀 없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언론이 중간매체로 역할을 담당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합리적인 가격 결정구조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춘천=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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