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혁신센터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 한돈혁신센터는 친환경 스마트팜 설비를 갖춘 모돈 300마리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양돈장에는 지난 3월말까지 모돈 300마리에 대한 입식을 완료했다.

복잡한 규제와 감시 속에 축산업은 어느새 단순히 가축 잘 키우는 것만으론 버텨내기 힘든 일이 됐다. 축사 내·외부 환경, 냄새, 질병, 방역, 지역 주민과의 관계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과 시설,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축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인 현장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양돈 농가들이 산업 발전을 위해 스스로 힘을 모아 경남 하동군에 조성한 최첨단 스마트팜 양돈장인 ‘한돈혁신센터’가 그런 곳이다. 본보는 창간 40주년을 맞아 양돈 산업의 혁신 모델과 첨단시설 등을 무기로 축산업 및 양돈 산업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노력 중인 한돈혁신센터를 다녀왔다.


한국형 ‘친환경 양돈장’ 주목
모돈 300마리 규모 일관사육
사료 급이부터 출하까지
최적의 스마트팜 설비 갖춰


각종 연구·실험, 교육의 산실
양돈농가가 원하는 
모든 연구·실험 가능
양돈산업 발전 디딤돌로

양돈인-소비자 함께하는 공간
소비자 견학·체험활동 활발
돼지고기 생산에 요구 반영
지역주민의 편안한 쉼터로


▲한국형 친환경 양돈장의 표준모델=최첨단 친환경 스마트팜 설비, 악취 제로화, 전문 인력 양성, 각종 실험·연구까지 국내 양돈 산업 혁신의 장이자, 양돈인들의 요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돈혁신센터가 모습을 드러낸 지 10개월여가 지났다. 한돈혁신센터는 양돈 및 축산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지난해 6월, 준공식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기자가 한돈혁신센터를 방문한 것은 준공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준공식 당시만 해도 조금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그동안 많이 정리돼 있었다.

한돈혁신센터는 대한한돈협회가 경남 하동군 진교면의 옛 제2종돈능력검정소 부지 3만3817㎡(약 1만230평)에 마련한 모돈 300마리 규모(상시 사육규모 3000마리)의 일관사육 농장이다. 그동안 집합검정에 대한 논란과 함께 출품종돈 감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온 제2검정소 운영을 중단하고, 그 자리에 국내 양돈 산업의 질적인 성장과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최첨단 친환경 양돈 교육 및 실험 농장으로 활용할 한돈혁신센터를 건립한 것이다.
 

▲ 한돈혁신센터의 양돈장 운영을 컨트롤할 수 있는 ICT 관제시스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돈혁신센터는 국고보조 20억원과 농가 모금액 등을 포함, 총 75억원을 들여 후보사·분만사·자돈사·육성사·비육사 등 양돈 관련 시설 6개동과 관리사·퇴비사·전기실·물탱크실·기계실·차량소독조·자재창고를 비롯한 부대시설 6개동, 분뇨처리시설 및 고객지원동까지 총 14개 시설을 마련했다. 또 한돈혁신센터는 정문 입구, 주차장에서 고객 지원동으로 이동하는 길목, 고객 지원동에서 양돈 관련 시설로 이어지는 출입구마다 소독시설을 설치해 혹시 모르는 가축전염병 발생 차단에도 신경 썼다.

한돈혁신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친환경 양돈장의 표준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양돈 현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냄새 없는 농장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돈혁신센터의 사육시설에는 세계적인 축산 기자재업체인 ‘팬컴’ 사의 중앙집중배기시스템과 연계한 냄새제거 공기정화시스템을 도입 했다. 아울러 미생물 발효액을 양돈장 슬러리피트 내부로 순환시키는 ‘축산발효액순환시스템’을 설치해 악취 제거와 함께 돈사 배출 가스, 미세먼지를 최소화하는 등 냄새로 인한 민원 해결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방문에서 아직 비어 있는 돈사라는 착각을 했을 만큼 양돈장 외벽 가까이에서도 악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 한돈혁신센터는 그 이름에 걸 맞는 최첨단 스마트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사료 급이부터 전체적인 환경 관리, 출하까지 최적의 시설을 구축한 각 돈사에는 △군사급이기 △사료효율측정기 △포유모돈자동급이기 △돈방 체중 측정기 △프리스톨 △출하돈선별기 △음수투약기 △사료빈관리기 △기침센서 △발정체크기 △돈방환경관리기 등 각종 ICT융복합 스마트팜 장비를 설치했다.

한돈혁신센터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병규 원장(전 한돈협회장)은 “한돈혁신센터는 국내외에 알려진 최첨단 ICT 시설을 적용한 친환경 스마트팜 농장”이라며 “일반 농가에서 한돈혁신센터의 시설을 모두 갖출 수는 없지만 각 농장에 필요한 부분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돈혁신센터에 설치한 분뇨처리시설 모습.


▲양돈 분야 민간 연구·교육을 견인하다=한돈혁신센터에서는 모돈 300마리 규모의 일관 사육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말까지 3개월에 걸쳐 모돈 300마리에 대한 입식을 마무리 했다.

한돈혁신센터에서는 이 같은 사육 시설과 돼지를 기반으로 양돈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실험 및 데이터 생산, 실용화 연구, 질병 연구, 돼지경제능력 검정 등 다양한 양돈 관련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그동안 해외 실험 데이터와 특정 업체의 연구에 의존했던 각종 현장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바로 한돈혁신센터다. 이병규 원장은 “양돈 농가들이 원하는 모든 연구와 실증 실험이 가능한 곳이 한돈혁신센터”라며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돼지를 잘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양돈 산업 발전의 밑바탕이 되는 데이터를 혁신센터에서 생산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규 원장은 이어 “혁신센터에 심고 있는 잔디도 경관보다는 액비를 실험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면서 “앞으로 정부의 양돈 분야 연구용역도 한돈혁신센터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돈혁신센터에서는 돼지 자체에 대한 연구 및 실험 외에 △동물복지 시스템 △환기 시스템 △공기정화 시스템 △각종 기자재(기계장치) △사료 및 첨가제 등에 대한 실험연구와 기능평가, 검정도 이뤄지게 된다. 이병규 원장은 “국내 대형 농장에서도 각종 시험과 연구를 하고 있지만 기업의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한돈혁신센터에서는 양돈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 및 시스템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양돈 현장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백신 효능과 관련해 농가에서 제대로 접종을 했는데도 백신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농가 접종 과정의 문제인지 보다 구체적인 실험 및 검증이 가능해진다.

한돈혁신센터에서는 양돈 전문가 양성 등 국내 양돈 현장에 필요한 각종 교육도 담당하게 된다. 양돈인들을 대상으로 선진 사육 기술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이 이뤄지고, 새로운 양돈 관련 장비와 시스템 운용 교육도 마련된다. 또 청년 양돈인 등이 돼지 사육에 대한 기본을 익힐 수 있는 교육과정도 운영하게 된다. 이병규 원장은 “한돈혁신센터는 양돈장의 중요한 인력 중 하나인 외국인 직원 교육부터 축산대학의 현장 위탁 교육까지 양돈인들의 진정한 요람이 될 것”이라며 “다만 아직은 이러한 역할을 준비하는 단계로, 오는 7월경에는 한돈혁신센터의 연구·교육 기능이 모두 정상 운영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 한돈혁신센터의 친환경 스마트팜 양돈장. 왼편에 공기정화시설이 보인다.


▲소비자와 함께, 지역과 함께=한돈혁신센터는 양돈인들과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최첨단·친환경 돼지 사육 시설에서 진행하는 소비자 견학 및 체험 활동을 통해 국내 양돈 산업에 대한 우수성을 보여주고,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가는 중책을 맡았다. 또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 요구를 듣고, 이를 돼지고기 생산에 반영하는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이병규 원장은 “혁신센터에 대한 견학·체험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운영도 내년부터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돈혁신센터를 잘 활용해 소비자와 아이들이 국내 양돈 산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한돈혁신센터는 지역과 함께하는 공간도 표방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마음 편히 찾아와 쉴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간다는 것. 혁신센터 내부 조경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돈혁신센터는 또한 소비자 견학·체험 활동, 다양한 양돈인 교육·연수 프로그램과 지역 관광을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양돈장의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이병규 원장은 “한돈혁신센터를 양돈장의 좋은 본보기로 만들어 가겠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이 정도 수준의 양돈장은 인근에 있어도 괜찮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한돈혁신센터는 국내 양돈 산업의 혁신과 미래를 견인하는 양돈 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며 “국내 양돈 산업을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가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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