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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짜기와 퍼트리기

[한국농어민신문]

강용 학사농장 대표

한국식 코로나 대응이 세계표본 됐 듯
면역력 높이는 음식에 관심 높은 때
한국 농식품 떠올리게 하는 방법은 뭘까


내가 태어난 곳은 한우와 쌀과 해산물이 유명한 전남 장흥 대덕이다. 지금은 더 넓은 간척지가 많지만 오십대 중반인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교과서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간척지라고 쓰여 있던 곳이다. 어린 시절을 쌀농사와 축산을 거들며 보냈고, 몇 년 전까지 토질 좋은 간척지에서 부모님께서 직접 농사를 지어 보내주신 고향의 쌀 맛은 지금도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대한민국의 쌀 브랜드는 대략 1800개쯤 된다. 그런데 나에게 맨 처음 기억되는 쌀 브랜드는 욕먹을지 모르지만 고향의 간척지 쌀이 아닌 미국의 ‘칼로스’다. 어릴 적 서울 친척 집 근처 시장에서 “미군부대 PX에서 빼내서 파는 쌀이 그렇게 좋다더라”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사람들이 찾지도 않는 그 쌀은 당시엔 마치 특권층의 상징처럼 회자되기도 하였고, 서울에서 9시간이나 떨어져 있던 남쪽 끝 시골에서 살던 어린이가 미군 부대 PX가 뭔지도 모르고 들었던 그 쌀 이름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의 한자리에 저장되어 있었다.

국가의 산업이든, 개인의 자산 투자든, 회사의 사업 영역이든 성장과 유지를 위해서는 분산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을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한국의 농식품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고급화해 수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어린 시절 내 세대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들었던 미제, 일제 전자제품, 잘 쓰지도 않던 향수도 프랑스제를 떠올렸듯이 수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이미지이고, 그것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UN회원국 193개국 중 180개 국가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을 보고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한류와 함께 애써 쌓아놓은 우리 농식품에 대한 이미지 추락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려가 현실이 되어 일부 국가에서 ‘한국산 농산물을 만지면 코로나에 감염된다’ 는 괴담도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슈퍼 전파자들이 즐비한 초유의 사태를 맞아서도 한국적인 방식의 수준 높은 보건 조치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변곡점을 맞이했고,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한국식 대응방식을 표본으로 삼고 우리의 진단키트, 장비와 대응 노하우에 대한 문의도 줄을 잇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거의 실시간으로 각국 정상들의 한국에 대한 칭송과 존경의 영상들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코로나19 관련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SNS와 언론에 올린 엄청난 양의 기사와 영상도 볼 수 있다. 어떤 감염병이든 환자의 숫자가 제로가 될 때까지 안심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이번 사태로 면역성에 좋다는 식품들의 판매가 부쩍 늘었다, 현재 마땅한 백신도 없고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 ‘셀프백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면역력이 길러질 것인가?’는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지구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집중적인 검사와 투명성에 바탕을 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이 세계의 표본이 된 것처럼, 무엇을 먹어야 할지를 생각할 때 세계의 사람들이 한국의 농식품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어릴 적 막연히 들었던 미국 쌀을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 농식품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프레임 짜기와 퍼뜨리기 전략'일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쉽게 해내는 것을 우리는 거의 매일 보고 있다. 세상이 발칵 뒤집힐 만한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고, 댓글부대나 여론조장을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선동용으로 악용되기도 하는 유튜브 등 우리 언론과 정치의 모습은 프레임을 짜고 퍼뜨리는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모델이면 한국 농식품을 세계 최고의 이미지로 마케팅하는 브랜드 전략에 선하게 활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만 되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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