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치유
(워렌 그로스맨. 박윤정역. 샨티. 2004. 11,000원)

경제 못지않게 심리적 안정 필요
자연, 땅이 주는 에너지를 통해
두려움 벗고 완전함에 이르는 길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익숙해진 단어들 중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있다.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참석이나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가 격리를 포함한 이런 상황이 오래되다 보니 경기 침체와 심적 위축을 넘어 막연한 불안 심리와 함께 공포감까지 어른거리는 현실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재난 시기에는 경제 회복 못지않게 심리적 안정과 치유가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땅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치유>는 질병이나 불만족, 화, 두려움을 벗고 몸이든 마음이든 영혼이든 완전함에 이르는 길을 자연 곧, 땅에서 찾고 있다. 217쪽 책의 거의 반은 저자의 자연에 대한 심미안을 엿보게 한다. 자연에너지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변화하는지, 우리의 몸은 어떻게 땅에 반응하는지, 치유가 이루어지는 경로, 인간의 에너지 센터인 차크라가 자연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다.

53쪽에서 57쪽까지는 땅 에너지가 주는 귀한 선물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가 몸의 해독작용이다. 삶의 부대낌으로 해로운 물질이 몸에 쌓이는데 이를 땅속으로 쏟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감각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도 큰 선물이 된다고 한다. 사업상의 업무에 시달리거나 기계를 만지고, 이론을 학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쟁을 하는 우리의 인위적 활동은 상징체계와 우연성 속으로 사람을 몰아가는데 이는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감각 능력을 잃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안과 불신과 두려움과 화를 치유하는 자연에너지를 우리가 느낀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실제로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면서 어떤 이론이나 주장도 타인의 경험에 불과하므로 직접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168쪽)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은 ‘치유를 위한 훈련’이다.

훈련법은 쉽다. 땅에 눕기나 집중하면서 걷기, 가슴에 집중하기, 나무 곁에 서기 등이다. 멍 때리고 앉아 있기도 있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올라왔을 때 정화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저자가 1991년부터 ‘빛 연구소’를 세워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정교하게 다듬은 기법들이다. 이러한 훈련은 결국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는 길이라고 한다.

‘나무 곁에 서기’훈련을 해 보자. 곧게 서 있는 키 큰 낙엽송이 좋다. 반팔 거리로 나무 앞에 선다. 빛줄기처럼 나무속으로 의식을 집중한다. 나무와 하나가 된 채 오래 침묵한다. 그런 다음에 뒤로 물러나 몸의 감각과 감정 상태를 살피면서 나무 주위를 천천히 돈다. 나무에 등을 돌린 채 위와 똑같이 반복한다.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자연치유의 몇 가지 요령이 있다. 하고 싶지 않거나 인내나 의지력을 발휘해야 할 때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점이다. 매일매일의 경험을 일기로 쓰는 것을 권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단절됐던 자연과의 관계 회복하기

 

제국문화의 종말과 흙의 생태학
(윌리엄 코키. 이승무역. 순환경제연구소. 2020. 24,000원)

나는 어느 칼럼에서 ‘생태적 거리 회복’을 제안했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료되었을 때, 우리가 고스란히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하고 단절되었던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주장이다. 괴질과 기후 위기의 재난들은 인간이 자연과 멀어지고 과도하게 물질문명에 탐닉한 부산물이라 보기 때문이다.

<제국 문화의 종말과 흙의 생태학>은 지난주에 나온 책인데 같은 얘기를 한다. 우리 문명이 개인적·지구적 차원의 자살(!)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졸저 ‘아름다운 후퇴’에서 현대 문명을 자해 문명이라고 지적 한 것과도 겹친다.

노동운동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 아메리카 원주민 저항운동을 거쳐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 윌리엄 코키는 풍족함이 넘치는 우리의 문명이 사실은 물질주의와 군사주의, 가부장제와 강압적 위계에 기초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제국주의적 문화 패턴은 밀림보다 자동차에 비싼 값을 매기고 있는 현실을 보면 된다고 비교한다.

이것이 농업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제국 시스템의 주된 식량 조달 방식이라면서 산업형 농업을 지목한다. 땅의 자연스러운 에너지 흐름을 엉키도록 하고 흙의 비옥도를 고갈시킨다는 것이다.(101쪽)

책의 핵심은, 제국적 시스템은 종말을 고하게 되어 있고 우리는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몸과 정신 전체를 지배해 온 제국 문화가 자연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병들게 했다면서 자연 속의 생명들과 상생하고 순환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 저자는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의 에세네 사람들의 공동체, 아라비아의 나바테아 사람들의 물 관리, 유럽 곳곳의 새로운 농사법을 도입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자연과 동화된 삶 등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있다.

자연농법
(후쿠오카 마사노부. 최성현역. 정신세계사. 2018. 22,000원)

<자연농법>은 자연 농부로 알려진 저술가 최성현의 번역서다. 원 저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책은 최성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한다. 우리 지역 농부들과 역자의 농장에 가서 하룻밤을 잔 적이 있는 나는 그의 삶이 그가 쓴 글과 나란히 일치하는 것에 감동했었다.

‘자연농법’이라는 것도 그렇다. 자연의 흐름과 농부의 일상이 일치한다. 영적 이끌림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처럼, 농부는 자연의 이끌림에 깨어 있고 이를 따른다. 자연의 완전함을 전체로서 파악하는 농사다.(212쪽)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는 면에서 얼핏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무위이화(無爲而化)를 떠올리게도 한다. 맞는 말이다.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은 우리 삶이 조화롭고 행복해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자연을 거스르면서 논밭을 필요로 하지 않은 채 식량의 화학적 인공 합성으로 나아가는 현대 농업은 자연과 단절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땅이 병들고 사람이 병들고 괴질이 창궐하고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농법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미래 농업은 이 길뿐이라고 주장한다.

주류 농업에 젖은 사람들은 그래가지고 어떻게 먹고 사냐고 반발할 수 있다. 보호림과 밭 조성 과정, 윤작체계 등이 잘 소개된 제4장 ‘자연농법의 실제’를 보면 좋겠다. 위기 때일수록 자연과 농사는 피양처로서 강조될 것이다.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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