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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지원’ 약속 깬 사료업체···축산회관 이전 무산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축산인 교육센터 건립 및 축산회관 이전이 무산됐다. 지난 3월 24일 열린 ‘2020년도 축산회관 이전 대표자회의’에서 축산단체장들은 이 같이 결론지었다. 이 사업은 축산인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2016년부터 약 5년여에 걸쳐 추진됐지만 축산단체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축산단체들이 포기한 이유와 향후 일정 등을 정리했다.


2015년 사료가격 담합 적발에
공정위, 과징금 773억 부여
축단협 ‘불똥 우려’ 성명 등 영향 
행정소송 일부 업체 손 들어줘

법원 판결 나오자 태도 돌변
상생발전기금 조성 ‘나 몰라라’
약속한 100억 중 25억만 기부

5년 넘게 추진한 이전 포기
보증금 뺀 토지대금 환급 전망 
나눔축산운동본부에 위임키로


▲축산인 교육센터 건립 및 축산회관 이전의 시작, 상생발전기금 기부=한국사료협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협중앙회, 한국축산환경시설기계협회는 2015년 11월 27일 ‘축산업과 사료산업 및 축산환경시설기계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이양희 사료협회장은 “상생에 적극 참여한다는 취지에서 오는 2019년까지 4년간 1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부터 4년 동안 매년 25억원씩 1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축산단체들은 모금된 100억원으로 축산회관 건립자금(50억원)과 축산환경개선(50억원)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사료협회가 100억원의 재원 지원을 약속한 이유는 당시 사료업체들의 가격담합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11개 배합사료업체들이 사료가격을 담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당시 11개 업체들이 가격 인상 시 매출액 상위 업체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따라서 인상했고 가격 인하 시에는 농협사료가 가격을 내리면 따라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취했다. 또 사료업체들이 합의한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인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품목별 기준가격표를 서로 공유했다. 이를 통해 배합사료업체들은 2006~2008년, 2010년에 총 11번에 걸쳐 사료가격을 인상했고 2009년 5번에 걸쳐 가격을 인하했다.

이 같은 가격담합으로 공정위가 책정한 과징금 규모는 773억3400만원이다.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나올 것이란 우려 보단 적은 금액이었지만 사료업체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100억원의 상생발전기금은 과징금이 부담스러운 사료업체들과 일부 축산단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실이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2015년 6월 ‘공정위의 사료가격 담합 처벌이 축산농가에 부메랑이 돼 돌아와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정위의 가격 담합에 따른 과징금이 부과되면 그 불똥이 가격담합의 피해자인 축산농가로 튈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축단협이 배합사료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당시 한우협회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입장 바뀐 사료업체=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자 일부 업체들은 행정소송과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2017년 법원에서 과징금을 부과 받은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6월 축단협이 발표한 성명서도 일정 수준의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법원 판결 이후 상생발전기금 지원을 약속했던 사료업체들의 입장이 바뀌었다. 4차례에 걸쳐 상생발전기금 지원을 약속했던 사료업체들 중 6개 업체가 2016년 5월 9일 1회분 25억원(농협사료 기부금 포함 시 28억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기부금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료업체들이 기부금 납부를 거절한 것은 과징금 부과 관련 소송에서 사료업체들이 승소하면서 상생발전기금 기부에 대한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료협회는 2월 11일 축단협으로 보낸 공문을 통해 “사료업체들의 경영악화 등으로 추가적인 기금 납입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물 건너간 축산회관 건립=축산회관 이전을 희망했던 11개 단체(한돈협회·한우협회·양계협회·육계협회·토종닭협회·오리협회·양봉협회·사슴협회·축산물처리협회·육가공협회·수의사회)는 세종시에 축산회관 건립을 위해 2017년 1월 43억원 규모의 토지매입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보증금으로 4억3000만원을 지급한 축산단체들은 현재 3차례에 걸쳐 토지매입비(23억2200만원)를 냈고 오는 4월 10일까지 4차 할부금, 2021년 4월 10일까지 5차 할부금 등 총 15억4800만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납입할 기금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달 24일 열린 회의에 참석한 축산단체들은 축산회관 이전을 포기했다.

이처럼 축산인 교육센터 건립 및 축산회관 이전이 무산되면서 축산단체들은 상생발전기금 기부를 약속했던 사료업체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김홍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담합으로 사료가격을 올렸으면서 공정위 조사 들어가니 탄원서, 진정서 써달라고 요청한 사료업체들이 이제는 돈을 못 내겠다고 한다”며 “이미 완납한 업체들도 있는 상황에서 어린애 장난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문정진 토종닭협회장도 “상생발전기금 기부는 사료협회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며 “그런데 사료업체들이 결정된 부분을 따르지 않고 납부할 명분을 달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일정은?=축산단체들의 축산인 교육센터 건립 및 축산회관 이전 포기 선언으로 토지매입 계약 해지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따라 계약보증금(4억3000만원)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고 이자수익(4000만원)을 포함한 23억6000만원을 환급받을 전망이다. 축산단체들은 환급받은 상생발전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사료업체 반환, 축단협 또는 나눔축산운동본부 보유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나눔축산운동본부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안승일 나눔축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사료협회에 돌려줄 경우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자금을 환급받으면 별도 기금으로 관리해 전체 축산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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