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출하를 앞둔 햇마늘을 산지 폐기하는 제주 마늘농가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제주지역은 그동안 마늘 재배면적을 줄여왔지만, 전국적인 수급상황 때문에 자구 노력도 빛 바래는 상황이 됐다.

제주도와 제주농협은 마늘 가격지지를 위해 채소가격안정제 가입 농가를 대상으로 제주에서 처음으로 사전 면적조절, 즉 산지폐기를 3월 13일~20일까지 실시했다. 제주도의 마늘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농가 자생노력과 고령화로 2006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제주산 마늘가격은 평년대비 40% 낮은 형편이다. 전국으로 보면 마늘 예상 재배면적은 전년대비 2% 늘었고, 작황이 좋아 평년대비 상당한 생산증가가 전망된다. 이번 산지폐기는 평소보다 발 빠른 대응이나, 농협계약 물량의 12.5%, 제주 전체 물량의 5%에 그쳐 가격지지 효과는 제한적일 거란 예상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마늘 재배 증가 면적 약 500ha를 3월내로 산지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한 달 반 빠른 대책이지만, 마늘 수급안정에는 크게 부족하다. 이번 산지폐기는 채소가격안정제에 참여한 농협 계약재배 일부 물량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의 포전거래 물량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특히 아직까지도 2019년산 정부 비축분과 민간재고가 소진되지 않는 게 큰 문제다. 매년 30만톤 이상 들어오는 수입김치도 제주산 마늘 판로를 위축시킨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은 보다 발 빠르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햇마늘뿐 아니라 현재 비축분에대해서도 격리뿐 아니라 폐기 같은 특단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마늘뿐만 아니라 많은 작물이 작황에 따라, 코로나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수급이 불안하다. 이 참에 최저가보장제도 등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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