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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매인제의 숨겨진 민낯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서울 강서시장에 사과를 출하하던 한 농민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농가는 시장도매인으로부터 출하대금 중 일부(약 3억6000만원)를 못 받아 소송을 냈는데, 해당 시장도매인은 출하대금 모두를 정산해 줬다고 얘기하고 있다.

상황을 살펴보니 문제는 불법영업에 있었다. 해당 시장도매인이 또 다른 유통인인 이 모씨란 사람에게 영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상 금지된 불법전대(재임대) 행위다. 피해 농가는 이 유통인이 해당 시장도매인 소속 직원인 줄만 알고 거래했는데, 일부만 ‘시장도매인’을 통해 거래되고 나머지는 이 모씨란 유통인과 거래한 꼴이 된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법전대도 문제지만 이 모씨가 아니었더라도 ‘농민’과 ‘시장도매인’ 사이 개인거래가 이뤄지면 대금정산조직을 통하지 않는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는 이런 문제로 강서시장에 불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취재 과정에서 피해 농가는 서울시공사가 이번 문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말한다. 출하자인 농민을 우선시하기보다 시장도매인을 옹호하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서울시공사가 그동안 드라이브를 걸어온 시장도매인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서울시공사는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마침 취재가 시작된 날도 서울시공사 강서지사장이 한 농업전문지 기고를 통해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을 때다.

시장도매인제가 유통단계 축소와 같은 장점이 있지만, 출하자 보호와 거래 투명성 등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돼 왔다. 그럼에도 시장도매인제를 찬성하는 쪽에선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고 얘기해 왔다.

문득 시장도매인제 확대를 주장해 온 한 교수가 시장도매인협회장 이·취임식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여러분 영등포시장에서 강서시장에 올 때 권리금 ‘제로’였다. 지금은 붙었다. 시장도매인 가치란 게 권리금으로 볼 수 있다.” 시장도매인 가치가 오르려면 이러한 농가 피해가 먼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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