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영세·소규모농가 참여 배제에다
향후 정부 수매서도 제외 방침
생산농가 “형평성 안맞아” 지적


국산밀 생산단지 선정을 두고 밀 생산농가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선정되지 못한 농가는 향후 정부 수매에도 제외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국산밀 생산단지 경영체 육성 교육·컨설팅 시범사업’으로 밀 생산단지 20곳을 선정했다. 이는 지난 2월 28일부터 시행된 ‘밀산업 육성법’ 제12조 ‘밀 생산·유통단지의 지정’에 근거를 둔 것으로, 안정적인 국산밀 생산을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이번 시범사업의 지원조건을 10ha·15인 이상 농업경영체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10ha ·15인 미만의 영세·소농은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선정된 20개 생산단지의 참여농가는 총 743개 농가로, 재배면적은 2534ha이다. 시도별로 보면 충남 1곳, 광주 2곳, 전북 8곳, 전남 9곳이며, 경남은 한 곳도 없다. 통계청의 ‘2019년 맥류 재배면적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밀 재배면적은 3736ha. 시도별 재배면적은 전남 1814ha, 전북 863ha, 경남 774ha 순이다. 국산밀산업협회 소속농가 수는 현재 3800 농가로, 전체 밀 생산농가 수는 약 4300 농가로 추산된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경영체를 대상으로 정부 수매가 이뤄진다는 게 알려지자 밀 농가들은 반발했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광주의 한 밀 농가는 “정부 수매에 참여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신청했지만, 20곳만 수매에 참여하는 건 형평성에 안 맞다”며 “선정되지 못한 농가는 정부 수매가 막혀 타격이 클 것이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충남의 한 밀 농가는 “집단화된 10ha를 최소조건으로 한다면 전남·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소규모 밀 농가들은 참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충남 천안의 또 다른 밀 농가 역시 “정부가 생산단지를 만들고, 거기서 컨설팅을 받은 곳의 밀만 수매한다는 건, 컨설팅을 안 받은 농가가 생산한 밀은 우리밀이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선정과정에서 품종이 달라 제외된 농가도 있었다. 경남 합천의 한 밀 생산 농가는 “밀 품종이 백강밀이라 생산단지 조건에 맞지 않아 제외됐지만, 내년엔 백강밀도 검토해보겠다고 들었다”면서도 “정부 수매에 참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애초부터 사업 신청을 못한 농가도 있다. 전북 김제의 한 밀 생산 농가는 “정부 수매 여부가 걸린 중요한 정책을 겨우 열흘 남짓의 시간을 주고 신청하라고 하는 건, 고령화된 농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처사”라며 “단기간에 15명을 모아 경영체를 만들고, 복잡한 서류까지 처리할 수 없어 올해 정부 수매는 포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생산단지에서 생산된 밀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우선 농식품부는 단일품종(금강, 조경)을 재배하는 경영체로 기준을 뒀지만, 그 외에 세부적인 방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올해 정부 수매 계획도 구두로만 500ha라고 전해졌을 뿐, 이 또한 결정된 바가 아니다. 국산밀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밀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농가를 대상으로 밀 정부 수매를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수매량과 관련해선 구두로 500ha라고 논의한 것 외엔 확정된 바가 없다. 정부 수매 계획은 6월 중으로 확정할 계획”이라며 “국산밀 생산단지는 규모화하고 조직화할 필요가 있는 사업이기에 10ha의 기준을 뒀던 것이고, 향후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영세·소농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단지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향후 지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사전 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정부 수매량 등 구체적인 관리 지침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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