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플라스틱섬유>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 4일 제주서 29톤급 침몰
6명 구조 못한 채 수색 종료
지난해 11월에도 9명 실종

FRP, 건조·수리 쉽고 단가 낮지만
화재 취약하고 재활용 어려워
알루미늄 경합금 사용 등 시급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선박재질로 장려됐던 강화플라스틱섬유(FRP)가 잇따른 어선화재로 인해 화재 취약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 4일 새벽 3시 18경 제주 서귀포시 우도 남동방 70㎞ 해상에서 8명의 승선원이 탄 29톤급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침몰했다. 2명이 구조되고 6명에 대해서는 구조작업이 이어졌지만 지난 9일 수색이 종료됐다. 지난해 11월 19일에도 제주도 차귀도 서쪽 41해리 인근 해상에서 통영선적의 29톤급 어선이 화재로 인해 침몰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실종된 선원 9명은 끝내 발견되지 못했다.

두 사건 모두 화재로 인한 어선 침몰로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인데, 모두 강화플라스틱섬유(FRP)를 소재로 선체가 건조된 어선들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FRP 소재는 어선의 건조가 쉽고 단가가 낮은데다 수리가 용이하고 외부부식에 강하다는 장점과 소재가 가벼워 연료비가 적게 든다는 점 등을 이유로 1978년부터 정부가 기존 목선을 대체하는 ‘선질개량사업’을 추진하면서 장려했던 소재다.

이후 FRP재질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과 함께 재활용이 어려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알루미늄재질로 선질을 전환하는 정부차원의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었다.

해수부가 알루미늄 경합금 소형선박을 개발보급하기 위한 정책을 펼친 것은 지난 2003년. 당시 해수부는 ‘친환경어선 개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연차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알루미늄 경합금 어선을 개발·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수부가 당시 선질개량사업 추진과 함께 밝혔던 FRP 어선의 비율은 전체 어선의 70%가량. 하지만 지난해 말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FRP 어선의 비율은 96%로 늘었다. 어구 무게가 무거워 가벼운 재질의 FRP를 선박재질로 사용할 수 없는 대형선망이나 안강망 어선 등을 제외하면 100%가 FRP어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대체선박재질로 유력하게 제시됐던 알루미늄의 경우 이를 소재로 어선을 만들기 위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FRP의 경우 수리가 용이하고 건조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어선 재질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며, 화재에 취약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면서 대체재로 유력한 알루미늄을 이용한 어선 건조에 대해 “기존에 마련된 알루미늄 재질의 선박기준이 너무 강하게 돼 있다는 지적이 있어 중소형 어선에 적용할 기준을 현재 중소조선연구원에서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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