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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법’국회 통과의 의미

[한국농어민신문]

김경미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감염병으로 사회적 거리 두는 요즘
농장·텃밭 등에서 다양한 활동 통해
몸과 맘 치유하는 치유농업 역할 기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7500명(3월 10일 기준)을 넘었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근무할 때도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공간을 분리하는 비대면 근무, 재택근무, 여러 사람을 만나는 모임이나 기회 자체를 회피하는 다중접촉환경 최소화, 즉 ‘만남은 자제하고 마음은 가까이’하는 ‘잠시 멈춤’, 입·출입시 손을 씻고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방역조치에 협조하는 것, ‘사회적 거리 두기’(침이 튀거나 할 수 있는 일정의 간격을 둬서 서로 감염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등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잠시 멈춤과 사회적 거리이다.

사회적 거리의 사전적 의미는 심리학적 사회학이나 관계 사회학의 기본 개념을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상호 간에 존재하는 친근하거나 소원한 감정적 거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근접학에 따르면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대략 45㎝까지를 친밀한 거리, 45~120㎝를 개인적 거리, 120~300㎝를 사회적 거리, 300㎝ 이상을 공공의 거리(다음 한국어사전)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은 자신의 친밀감에 따라 상대와 거리를 두게 되는데, 그 거리 간격에 대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캠페인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해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거리(간격)를 지키자는 수칙을 의미한다(머니투데이, 2020.3.7.). 즉 사회적, 심리적 거리가 물리적 거리로 바뀌는 것이다. 최소 1~2m 정도 떨어져서 침이 튀지 않을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보면 사회적 기능이 있지만, 실제는 일정 거리(간격)를 물리적으로 넓히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강제로 조금 떨어뜨려 놓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잠시 멈춤은 대중적인 활동, 대중적인 접촉기회를 줄이자는 의미이다. 종교단체는 종교예식을 멈추고 공공기관이나 회사는 회의나 모임을 가급적 축소하는 것이다. 학교도 학원도 잠시 멈추고 있다. 이는 현재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서 향후 공동체 구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혹시 우리 사이에 우리도 모르는 감염자가 있을까 두려워하고 서로의 만남은 SNS로 대체하고, 밥을 먹을 때에도 마주 보거나 옆에 앉지 않고 서로 사회적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의 공동체 활동은, 개인의 생활패턴은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하지만 이 같은 혼란 속에서도 자신이 가진 마스크를 소외된 이웃들과 나누고, 마스크를 받은 이웃은 또 나름대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질병 대응에 애쓰는 의료진을 위한 응원이 이어지는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 안에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마음이 있다.

한 방송국의 라디오는 밝은 음악을 틀어준다. 학교도 학원도 못 가고 집에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느라 지친 부모와 가족들을 위해 기분을 전환하고 힘을 낼 수 있는 노래를 튼다. 보도에 따르면 인간식물환경학회는 줄어드는 꽃 소비를 촉진하면서도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꽃이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환자와 의료진이 고군분투하는 현장으로 꽃을 배달했다. 사무실에도 꽃바구니가 놓였다. 닫힌 공간에서 화사한 꽃을 한 번 쳐다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이런 사소한 기회가 결국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채워주는 힘이 되지 않을까? 멀리는 못 가도 가까운 공원을 찾아 자연과 더불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가족이 재충전하는 잠시 멈춤은 현재 불안한 우리의 삶을 치유하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3월 6일 늦은 밤 국회에서 가결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우리의 몸과 맘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농업과 농촌에 거는 기대이자 희망이다. 농장이나 텃밭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깨어진 우리의 일상을 회복하며, 각자의 삶에 맞는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그것이 치유농업의 핵심이다. 2013년 농촌진흥청에서 처음으로 개념을 정의하고 법률을 제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 법이 지금 통과된 것은 아무래도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이번 법률 제정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각자의 마음을 끌어올려서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는 자긍심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치유농업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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