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연경북도연합회 사례조사

[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보험담당자 올 때까지 기다리다
낙과 비품처리 못하고 손해
동일 요율 적용에 보험료 부담
조사시기·피해면적 축소 문제 등 
세부적 보상기준 마련 시급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농가들이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 발생 시 손해평가의 신속성과 공정성 문제, 보험료 산정할 때와 보상금 지급할 때 달라지는 불합리한 평가기준, 보상금 지급 시 높은 자기 부담률과 제한적인 보상요인 등으로 실질적인 피해보전 미흡 등의 여러 사항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농가들의 요구는 경북지역 농민단체인 한농연경북도연합회 측이 최근 농작물 재해보험과 관련한 농업현장의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경북도내 회원 농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작물 재해보험 관련 개선되어야 할 사례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2001년 첫 도입 이후 올해로 국내 도입 20년을 맞은 농작물 재해보험은 여러 시·군에 걸친 광범위한 면적 혹은 특정 마을단위의 국지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자연재해, 조수피해 등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어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 됐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가입 시 농가가 부담할 전체 보험료의 상당부분(65~90%)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엄연히 매년 보험료를 납부하는 농업인과 피해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가 엄연히 존재하는 보험 상품이다.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는 보험가입 농가의 입장,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인 NH농협손해보험의 입장, 피해현장의 상황을 공정하게 조사·평가하는 손해평가사의 입장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농연경북도연합회를 통해 접수된 보험가입 농가들이 주장하는 농작물 재해보험 관련 현장의 요구사항 사례를 우선 보도한다. 이후 보험사와 손해평가사협회 등의 입장을 상세히 추가 보도할 계획이다.

#청송군 현서면에서 박재권씨(사과)=재해가 없는 해에는 죽은 나무 주수까지 다 포함해 보험료를 산정해서 보험료를 비싸게 받아가고, 막상 재해를 입으니 보상 시엔 죽은 나무나 갱신한 나무 주수를 다 세어서 확인하고 계약 주수를 줄여서 보험금을 낮게 산정해서 지급했다. 우박피해 기준은 보험사에서 정하는 대로 80%피해, 50%피해, 정품과로 나누는데 살짝 흠집만 난 경우 보험에서는 정품과에 속하지만 공판장에선 흠과로 취급한다.

#영천시 대창면에서 박성태씨(복숭아)=재해로 인한 낙과가 발생했는데 보험담당자가 오기 전까지는 낙과된 복숭아를 농장 바닥에 그대로 둬야 했다. 보험담당자가 낙과된 개수를 파악하고 처리해야 된다는 보험약관이 농가에서는 빨리 낙과 복숭아를 처리해야 2차 병충해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비품으로 처리를 해야 조금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인데도 처리 못하게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청송군 주왕산면 김지수씨(사과)=보험가입 시 묘목의 생육기간을 1년생, 2년생, 3년생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농지에 재식하는 년도에 1년생으로 가입하고 있다. 묘목의 생육기간에 대한 증빙서류가 첨부된다면 이를 가입년도에 산입을 하도록 해 달라. 생육기간이 증명될 경우 재식기간이 아닌 생육기간을 인정해 달라.

#청송군 파천면 김영락씨(사과)=청송지역은 사고피해 요율이 높아서 신규가입농가나 피해가 없는 농가도 똑같은 요율을 적용하는 바람에 보험료가 많이 비싼 편이다. 자동차 보험처럼 지역요율이 아닌 개인요율을 적용시켜서 신규가입자나 보험수령이 없는 농가는 보험요율을 줄여서 농가 형편에 맞게 가입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선됐으면 한다.

#청송군 진보읍 권광기씨(사과)=자연재해로 착과수가 감소한 경우 다음년도 보험 계약 시 사고발생 농지의 착과수 감소분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농업인의 과실이 아닌 자연재해로 인해 특정 연도에 착과수가 감소한 경우라면 다음해의 보험 적용 시에는 과수의 수령에 따른 착과수를 적용해 달라.

#청송군 현동면 정민공씨(사과)=조수해와 관련해 피해조사 시점에 문제가 있다. 야생 조수로 인한 피해는 수확기 직전에 많이 발생하지만 적과 종료 전에 피해에 대해서만 조수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확기에 피해 조사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청송군 부남면 조영래씨(사과)=태풍피해에 대해 만생종은 100% 인정하면서 중생종에 대해선 50%, 80%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확기를 앞둔 시기에 강풍피해가 있는 중생종에 대해서도 차등 없이 80% 이상의 피해를 인정해 달라.

#의성군 비안면 박달효씨(수도작)=지난해 태풍이 왔을 때 뒤늦게 침수된 벼가 많았으나 수확해 탈곡 후 판매 가능하다는 이유로 보험 상으로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실제 이 벼는 탈곡 후 미질이 많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했다.

#의성군 의성읍 강호준씨(마늘) 외 다수 농가=재해 시 피해 면적을 현장에 나온 손해평가사가 임의로 축소해 실제 피해 면적보다 보상을 적게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의성군 단밀면 양덕모씨(수도작) 외 다수 농가=피해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자기부담률이 너무 높아 그 금액을 제하고 나면 보험금으로 받는 금액이 발생한 피해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와 관련 박창욱 한농연경북도연합회장은 “보험 약관상 피해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못 받게 되는 피해 사례가 많은 만큼 보다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보상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또한 명확하고 공정한 손해평가 기준 제시를 통해 피해가 발생한 농업현장에서의 농민과 손해평가사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회장은 “농작물 재해보험은 일반적인 보험상품과 달리 자연재해라는 피해발생 원인이 한정돼 있어 농가들의 보험가입 후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금 과다 청구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 보험금 지급 시 자기부담률을 현재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종합=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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